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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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분쟁' 대비책, 싱가포르서 배워라

말聯과 28년간 무인도 영유권 분쟁
ICJ, 실효지배 등 감안 소유권 인정
일본 문부과학성이 중학교 사회과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기술을 강행한 파문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독도를 국제분쟁 지역으로 만들려는 일본이 야욕을 체계화하는 과정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야욕에 일본은 문부과학성 이외에 국토지리원과 외무성도 동원했다. 국토지리원은 지난해 12월 독도의 등고선이 포함된 정밀 위성지도를 제작했다.

외무성은 올 2월에 14쪽 분량의 홍보용 팸플릿 ‘죽도: 다케시마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10의 포인트’를 만들었다. 팸플릿은 일본어는 물론 한국어와 영어로도 제작됐다. 반년 남짓한 기간에 국토지리원과 외무성, 문부과학성 등이 등장해 각종 기록과 자료를 남긴 셈이다.

일본이 한국의 강력한 반대를 예상하면서도 이러한 모험을 강행하는 것은 무엇일까. 독도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될 경우를 대비하려는 것일 수 있다. ICJ 제소 자체를 일본 외교의 승리로 여기는 분위기에서, 이 일은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더구나 ICJ 제소는 이해당사국이 동의해야 하며, 어느 일방만 제소하면 효력 무효라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로서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할 필요는 있다. 이는 지난 5월 23일 ICJ의 판결이 내려진 싱가포르 해협의 ‘페드라 브랑카’(싱가포르 지명, 말레이시아 지명은 풀라우 바투 푸테) 영유권 분쟁이 주목되는 이유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1980년부터 28년 동안 이 작은 섬의 영유권을 다퉈 왔다. 재판 전 양측의 주장은 갈렸다. 싱가포르는 19세기에 말레이시아의 조호르 지역 통치자인 술탄이 이 섬을 자신들에게 넘겨줬다고 주장했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조호르 지역이 말레이시아 연방에 포함돼 당연히 자신들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반박했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벌어진 도서영유권 분쟁에서 ICJ는 싱가포르의 손을 들어주었다. 싱가포르가 섬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 ‘공식 발간물’에서 영유권을 기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싱가포르는 정부 발간물에 이 섬의 등대를 자국 소속 등대 목록에 포함하고 있지만, 말레이시아 정부 발간물의 ‘등대 목록’에는 이 섬이 누락됐었다.

이 판결에 대해 김형종 말라야대 동남아학 교수는 “싱가포르가 실효 지배하고 있었고, 정부 목록에도 있었기에 그러한 판결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또 “ICJ 재판 전에는 역사적 차원에서 말레이시아에 영유권이 있다는 쪽으로 기울었던 게 사실이었다”며 “양국 모두 서로 승리를 예상하고, 결과를 승복한다는 합의 하에 제소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독도연구센터의 김용환 박사는 이에 덧붙여 “페드라 브랑카 재판에서 말레이시아가 패한 데에는 또 하나의 결정적 원인이 있었다”며 “원래 소유권이 있었던 조호르 당국이 1953년 당시 싱가포르 식민 당국의 문의에 ‘섬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다’며 회신한 것을 ICJ가 중요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로서도 실효 지배와 기록물 관리의 수준을 보다 높이는 등의 준비는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