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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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정연주 KBS 사장, 생존 투트랙 전략?

“정치적 표적수사”… ‘촛불시민’ 상대로 억울함 호소
“李정부, 제도·절차 등 무시”… 소송통해 자리 지키기
◇정연주 KBS 사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제1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에 대한 감사원의 해임요구 결정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히던중 어머니 관련 이야기를 꺼내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송원영 기자
KBS 이사회의 8일 해임권고 결의안 의결을 앞두고 정연주 KBS 사장이 꺼내든 카드는 법적 대응과 함께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해임 국면에서 소위 ‘촛불 시민’으로 불리는 사장 교체 반대 여론을 최대한 끌어모으는 것으로 요약된다.

정연주 사장은 6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발표문으로 감사원 특감 결과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이후 대응 방안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정 사장은 ‘역사’ ‘민주주의’ ‘법과 제도’ 등 원칙론을 언급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현실적으로 자신의 해임 절차를 막을 방법이 그리 많지 않은 만큼 법과 원칙론에 입각해 KBS 사장직 유지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는 KBS 사장의 정해진 임기(2009년 11월) 보장이 곧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보와 다름 아니며 이를 깨뜨리고자 하는 현 정부는 사회 진보를 가로막는 반민주 세력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정 사장은 KBS 이사 교체, 검찰 수사, 감사원 특별감사 등 일련의 과정이 민주적 제도와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있다는 데 반박 회견의 초점을 맞췄다. 현 정부의 사퇴 압박에 대해서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절차에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수차례 건의했는데 현 정권은 그들의 안위와 정치 목적을 위해 초법적인 조치로 치닫고 있다는 것.

특히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KBS 사장을 해임할 수 있다”라는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발언에 대해서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 같은데”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2000년 제정된 통합방송법에서는 대통령에게 면권이 없으며 이는 우리 사회가 지난 세월 온갖 희생과 고난 끝에 얻어낸 사회적 진보와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공영방송사 사장의 해임을 요구한 감사원 결정에 대해서는 ‘관영 방송’ ‘정권의 홍보기관’이라는 자극적 용어를 사용해가며 표적·정치 감사라고 규정했다. 여당 성향의 이사가 과반수 이상인 KBS 이사회가 8일 임시이사회에서 이 같은 감사 결과를 받아들인다면 “역사 앞에 죄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또 감사원이 해임 근거로 제시한 1172억원의 누적사업 손실 등 방만 경영, 인사 전횡 등에 대해서는 거짓과 왜곡, 자의적인 자료 선택과 해석 등으로 가득하다고 반박했다. 이익잉여금만 놓고 따질 경우 취임 전과 비교해 189억원가량의 흑자를 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기순손익과 사업손익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공영방송 ‘경영’ 목적은 돈을 많이 버는 것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일각의 자진사퇴 요구에 대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언론의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차원에서 거부할 뜻임을 분명히 밝혔다.

또 KBS 구성원들에게 정권의 “방송 장악 음모”에 맞선 투쟁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눈먼 권력이 일시적으로 공영방송 KBS를 장악할 수야 있다”면서 “KBS 구성원들의 자존심과 방송독립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신념, 정의감을 나는 믿고 있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