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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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소고기파동 등 국정난맥… ‘시련의 연속’

이명박 정부 취임 6개월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취임 6개월을 맞는다. 10년 만의 정권 교체와 대선 압승에 힘입어 의욕적으로 출발한 이명박 정부는 그간 총체적인 국정 난맥상을 드러내며 잇단 위기를 겪었다. 미국산 소고기 파동 시 이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면서 국정 추진력이 소진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시작부터 호된 시련을 거친 이 대통령은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를 계기로 하반기 ‘제2출범’에 가까운 국정 재발진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곳곳에 난관이 도사리고 있어 앞날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각계 전문가들에게 집권 6개월 평가와 향후 전망, 개선을 위한 주문 등을 들어봤다.

◆국민 신뢰 무너진 6개월=윤여준 전 한나라당 의원은 24일 “경제살리기와 국민통합을 원했던 국민들은 ‘묻지마 투표’로 이 대통령을 뽑았으나, 이 대통령은 경제난에다 초대 내각·청와대 인사 실패 등으로 기대를 저버리며 신뢰를 잃었다”며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해도 국민들이 믿지 않으니, 국정운영의 동력이 상실되고 엔진이 서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시대의 변화를 보는 통찰력과 정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경영적 리더십과 정치적 리더십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과거 권위주의적, 일방통행적 리더십으로 일관해 문제를 자초했고, 이에 대한 민심의 반발과 시정 요구가 초기 촛불집회로 분출됐다”는 게 윤 전 의원의 진단이다.

임현진 서울대 교수도 “지금은 ‘시스템과 팀’으로 일하며 밑을 끌고가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인데, 이 대통령은 옛날의 전통적인 CEO 리더십에 머물렀다”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특히 “새 정부가 내건 ‘창조적 실용주의’는 무엇을 위한 실용인지 모르겠다”며 “실용주의의 중심과 원칙, 방향이 없었던 게 위기의 근인(根因)”이라고 말했다.

◆국정 개선을 위한 과제=하반기 국정 전망이 밝지 않은 건 이 대통령 리더십의 변화가 불확실하고, 정기국회 등 정국경색 요인이 잠복해 있다는 점에서다. 국정 안정에 관한 전문가들의 조언은 대체적으로 여기에 초점이 모아졌다.

윤 전 의원은 “1997년 말 외환위기 후 전국적인 금모으기 운동이 벌어졌던 것처럼, 국민 관심을 유도하고 역량을 모아 정책을 추진하는 계기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시대상황에 대한 투철한 인식을 토대로 리더십에 대한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8·15 경축사는 전기를 마련할 아주 중요한 기회였는데, 그러질 못했다”며 “핵심 메시지인 저탄소 녹색성장은 엊그제 한반도대운하를 역설했던 이 대통령 모습에 비춰볼 때 뜬금없다는 인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정치적 리더십을 길러야 한다”며 “정치는 이익이 크지 않더라도 국민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성득 고려대 교수는 “이 대통령은 잘 경청하고 모르는 게 많다는 식의 ‘겸손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모하고 큰 프로젝트를 하면 안 된다. 공기업 개혁은 다 할 수 없다”며 “스몰 프로젝트를 통한 스몰 윈(small win)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이 대통령은 하반기 지지층 결집을 위해 보수입법 등에서 강경노선을 걸을 것이고, 야당은 반발해 정국파행 가능성이 크다”며 “이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와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 국회 권능을 인정해주며 야당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범구·이강은 기자
hbk10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