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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호위원장 "행정체제개편 정치 논리 안된다"

오철호 행정개혁시민연합 평가제도 위원장 인터뷰
오철호 행정개혁시민연합 평가제도위원회 공동위원장(숭실대 행정학과 교수·사진)은 “행정체제 개편은 이미 대안이 마련돼 있고 선택만 남은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치권, 시민단체, 학계 등이 참여하는 추진 협의체를 구성해 큰 틀의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4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기국회 때 행정체제 개편 해답이 나오지 않으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이슈로 변질될 수 있어 아예 포기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행정체제 통합 기준을 구체적이고 실현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을 정치 논리로 풀면 안 된다”면서 “행정체제 개편은 국가운영의 틀을 바꾸는 작업으로, 향후 50년 국가경영이란 장기적 안목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행정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뭔가.

“우선 중층적 행정계층은 수직적인 구조로, 의사소통 왜곡과 주민참여의 한계를 야기한다. 기초단체는 중앙부처와 광역단체의 관리·감독을 받다보니 상호 협조와 조정이 어렵다. 광역단체와 기초단체의 행정업무 중복이 전체 업무의 15% 안팎으로 발생한다. 또 농촌인구가 감소하면서 농촌지역과 도시지역 간 주민 1인당 행정비용과 재정자립도 격차가 확대되는 등 여러 측면에서 지역 간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 개편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정보화와 세계화에 따른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필요하다. 정보화사회는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한데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물리적인 장벽(행정체제)을 재검토해야 한다. 세계화에서는 자치단체가 국제경쟁력을 담당해야 한다. 현재 행정체제는 그런 경쟁력을 확보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구조다.”

―현재 거론되는 개편 방안은.

“3개로 압축된다. 광역자치단체를 없애고 통합광역시로 재편하는 광역자치단체 축소안, 광역자치단체를 권역별로 묶는 초광역화안, 광역시를 없애고 도로 편입시키는 광역화안이다.”

―정치권에서도 본격 논의가 이뤄질 전망인데 논의 과정에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학계에서도 3개 방안을 논의했으나 공통안을 만들지 못했다. 논의의 핵심은 철저히 국민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참여를 넓히고 행정서비스를 더 많이 제공하며 자치행정권을 강화하는 등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치 논리로 풀면 선거구를 자기 당에 유리하게 개정하는 ‘게리멘더링’으로 전락할 수 있다. 정치적 이해득실에서 추진하면 주민 반발 등 후폭풍이 일어나 다음 정부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개편 논의의 걸림돌은 무엇인가.

“정당 지지도 분포나 선거구 등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개편논의가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행정체제 개편이 정치인의 지역구와 연계돼 있어 기준 마련에서 여야 간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따라서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단체, 학계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큰 틀에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개편 방식에 대한 견해는.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처음부터 도를 없애고 광역으로 묶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시군에 행정권한을 다 주는 것은 아직 불안하다. 기초단체의 자치역량이 점진적으로 높아졌지만 통합 광역시의 업무를 무리없이 수행하기엔 미흡한 수준이다. 몇개 자치단체를 경제, 환경, 교육 등 공통 이슈별로 권역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정한 개편 시기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편 틀에 대한 결단을 내리면 추진절차, 단계 등 세부적 논의는 지방선거까지 진행하면 된다.”

글 남상훈, 사진 이제원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