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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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시급한 공룡 '지방행정체제'] 정치권 "지방선거전 논의" 공감

당리당략·지역이기 극복이 관건

'100년전 낡은 유물' 지방행정체제…국가경쟁력 발목
지방행정체제의 난맥상과 고비용·저효율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치권의 노력도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당리당략과 지역 이기주의에 발목이 잡혀 번번이 무산되곤 했다. 일각에서는 개헌보다 더 어려운 사안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지방행정체제 개편론이 다시 정치권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먼저 운을 떼자 한나라당 측에서 화답하는 식으로 공론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사사건건 충돌하던 여야가 이 사안만큼은 모처럼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의원워크숍에서 16개 광역시도를 폐지하고 현재 230명인 시장과 군수를 3분의 1가량 줄이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올 9월 정기국회의 3대 핵심과제로 꼽은 데 이어 지난 3일에는 국회 특위 구성을 한나라당에 공식 제의했다.

이 특위에서 2009년까지 여야 합의로 지방행정 개편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개헌과 함께 국민투표에 부쳐서라도 2010년 지방선거 전에 시행하자는 것이 민주당의 구상이다.

한나라당도 긍정적 반응이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4일 “기본 방향에 동의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열어놓고 대화할 자세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허태열 최고위원과 차명진 대변인도 논의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청와대도 공식 논평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근본 취지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귀환 서울시의장 뇌물수수 사건 등 지방의회 비리 사건이 끊이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근본적인 행정체제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문제는 지방선거 준비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거센 반발이다. 지방행정 개편은 2005년 9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먼저 제기해 17대 국회에서 특위까지 설치해 4개월에 걸쳐 논의했다. 여야는 당시 시·도를 폐지하고 시·군·구를 통폐합해 전국을 인구 기준 100만명 이하의 광역단체 60∼70개로 두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2006년 지방선거 출마자와 단체장들의 반발에 부딪혀 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논의가 중단됐다.

이번에도 벌써부터 비슷한 조짐이 일고 있다.“도(道)를 없앤다는 것은 탁상공론이고 난센스다”(김문수 경기지사), “지역마다 특성이 있는데 일률적인 잣대로 짝짓기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본질과 지방분권을 훼손하는 것이다”(정우택 충북지사), “(하나의) 광역시를 3∼4개로 쪼개는 것은 도시 경영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허남식 부산시장) 등 각 단체장의 반대 성명이 줄을 잇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자유선진당의 경우 “전국을 70개가량의 광역시로 쪼갤 경우 세계적 경쟁이 가능한 자치단체 육성이 어려워진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