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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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 AIG 살린 이유는… 국제금융 파국위기 사전 차단

파산 방치 땐 전세계 경제 메가톤급 폭풍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6일 유동성 위기에 몰린 미국 최대 보험회사 AIG에 8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키로 한 것은 미국발 금융 위기가 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FRB는 미국 중앙은행 역사상 가장 적극적으로 민간 분야에 직접 개입하는 선례를 남겼다.

AIG는 지난 몇 주 동안 줄곧 정부 측에 구제금융 지원 요청을 했으나 FRB와 재무부가 이를 거절해왔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메릴린치의 매각으로 금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AIG가 파산하면 미국과 세계 경제가 통제 불능의 사태에 빠져드는 현실을 미 금융당국이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AIG가 무너지면 세계의 기관투자가들이 즉각 자산재평가에 나서게 되고, 이것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미국과 세계의 금융 시스템이 마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IG는 단순한 보험회사가 아니라 세계에서 수많은 다양한 사업을 하는 복합 금융회사이다. 이 회사는 세계 수천 개에 달하는 기업과 연계돼 있다. AIG가 망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누구도 가늠하기 어렵다고 미 언론들이 지적했다.

FRB는 골드만삭스 등 자금력이 풍부한 금융기관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AIG에 자금 지원을 해주도록 중재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기존 입장을 완전히 바꿔 직접 구제금융을 제공키로 결정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과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16일 오후 늦게 긴급 회동해 AIG를 구제키로 결정한 뒤 즉각 미 의회 지도자들과 만났다. 공화, 민주 양당 지도부는 FRB의 결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