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보면 기도에만 전념할 수 있는 ‘관상(觀想) 생활’이지만, 달리 표현하면 감옥 생활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가 모두 성지로 여기는 예루살렘에서 예수가 숨을 거두고 시신이 안치됐던 곳에 세운 ‘무덤성당’에서 봉직하는 유일한 한국인 사제 김상원(42·사진) 신부는 “성당의 소유권을 이슬람의 두 가문이 가지고 있어 오후 8시가 되면 밖에서 성당 문을 잠그고, 다음날 오전 5시 다시 문을 열어줄 때까지 갇힌 상태로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덤성당은 김 신부가 소속한 가톨릭 프란체스코회와 그리스정교회, 아르메니아정교회, 이집트콥틱회, 러시아정교회, 에티오피아정교회 등 6개 종파가 나누어 관리하고 있는 임대교회인 셈이다. 이 성당은 본래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 헬레나 여사가 세웠다. 페르시아와 이집트의 침공으로 심하게 훼손됐다가 1149년 십자군 시대에 복원돼 오늘에 이른다.
“이곳은 성당을 청소하는 것조차 큰 영예여서 콥틱회 등 세력이 약한 종파들이 부러워하지요. 18세기 이후에는 이곳이 열강의 각축장이 돼 피폐해졌지만 결국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스타투스 쿠오(Status Quo·현상 유지)’ 선언을 모두가 인정하면서 갈등이 줄었습니다.”
종교뿐만 아니라 민족 간 갈등으로 얽히고 설킨 예루살렘에서 체득한 ‘신앙 생존법’이라고 할 수 있다. 유대교와 이슬람이 우세한 이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가톨릭 성직자로 살아가는 김 신부는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가시지 않는 종교 차별과 관련해 “공존을 위해 상호 인정이 필요하다”며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한다.
“내가 행복해지길 원하면 다른 사람도 그렇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어디든지 양극이 너무 강하면 다수의 중간층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는 특히 힘을 갖고 있는 시간은 짧은 것이고, 그리스도인들이 힘이 있다고 뭔가 억지로 하려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10세기 이후 이슬람이 지배하는 예루살렘에서 프란체스코 성인이 그리스도인으로서 모범을 보였기에 이곳 성당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전하면서 “묵묵히 예수를 본받아 삶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선교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예루살렘=정성수 기자 hul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