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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성지순례를 가다] <하>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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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곳곳 바울의 전도 사자후 들리는 듯…
◇아크로폴리스 언덕 위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
그리스는 ‘신의 나라’답게 땅을 밟는 순간, 알 수 없는 신비함이 감돌았다. 아테네 공항에서 북동쪽에 있는 숙소로 가기 위해 35㎞가량 시내를 빠져나가는 동안 오른쪽 차창 밖으로 간헐적으로 에게해가 펼쳐졌다. 고대 헬라인에게 절규이자 어머니, 안식처로 인식됐던 그 쪽빛 바다다.

그리스는 올해 탄생 2000주년을 맞는 기독교 최고 전도자 사도 바울의 중요한 선교지다. 부활한 예수를 만나 회심한 바울은 예루살렘을 떠나 로마로 향하는 제2, 3차 유럽 전도여행 중 그리스 주요 도시에서 교회를 세우고, 서신을 썼다.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빌립보서’와 ‘고린도 전·후서’, ‘데살로니가서’ 등이 바로 바울이 서신을 쓰거나 서신을 보냈던 지명에서 땄다. ‘ㄱ’자를 좌우로 돌려놓은 모양의 그리스 지도에서 북쪽 지방에 빌립보와 데살로니가가 자리잡고 있고, 남쪽에 고린도가 있다.

바울은 아테네의 아레오파고스 언덕에 올라가 ‘하나님은 창조자이며 모든 인간은 그의 피조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금이나 은, 돌로 만든 신상을 섬겨서는 안 된다’(사도행전 17장)고 외침으로써 첫 개심자를 얻어냈다. 당시 다신교 사회에서 유일신을 논하자 군중이 수군거리고 입씨름이 벌어졌으나, 이 마을 관원이던 디오니시오스가 깨달음을 얻고 예수를 믿게 된 것이다. 언덕으로 오르는 계단 오른쪽에 바울의 설교문이 조각돼 있어 그날의 뜨거웠던 논쟁 장면을 더듬게 한다. 
◇아테네 아레오파고스 언덕 입구에 세워진 바울의 설교문.

아레오파고스 언덕 옆에 그보다 높은 아크로폴리스 언덕에는 유네스코 지정문화재 제1호인 파르테논 신전이 우뚝 서 있다. 대지를 뚫고 하늘로 솟구치는 형상이다. 이 신전은 BC 447∼438년에 세워졌으니 바울도 들렸을 터, 그도 도리아식 건축의 극치에 감탄했으리라. 과거 이 건물 외벽에는 한국 사찰에서 나타나는 색색의 단청이 돼 있었고, 신전 안에는 높이 12m인 ‘아테네 파르테노스(처녀 아테네)’상이 안치돼 있었다고 한다. 특히 착시를 보완하는 ‘엔타시스(배흘림양식)’ 구조는 5.4㎞ 반경 어디에서 바라다 봐도 건물의 왜곡 현상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도 87㎢ 안에는 파르테논 신전을 가리는 어떠한 건물도 지을 수 없어 낮은 언덕임에도 아테네 시가지와 에게해를 편안하게 조망할 수 있다.

파르테논 신전은 예배장소가 아니다. 제사 지내는 장소는 그 옆에 따로 있다. 파르테논은 그 자체로 신이었고, 인류가 대자연 위에 올려놓은 휴머니즘의 첫 작품이었다. 헬라인들이 예수의 동정녀 탄생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받들었던 ‘처녀 아테네’와 동질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출신 현지 교민에 따르면, 아테네에는 그리스정교회와 로마 가톨릭이 공존하는 가운데, ‘개혁(개신) 교회’ 성도도 100여명에 이른다.

일정 관계로 바울의 유적지를 모두 돌아볼 수는 없었지만, 그리스 땅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린도전서)고 설파하던 바울 사도의 체취가 찡하게 전해왔다.

아테네=글·사진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