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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늘고 주식 실패 잇단 자살…IMF 시절 '판박이'

최근 경제위기가 증폭되면서 잇따른 투자비관 자살과 생계형 범죄 급증, 노숙인 증가 등 11년 전 IMF가 몰고온 우울한 사회적 현상들이 재연될 조짐이다.

26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5일 주가 폭락에 고민해 오던 40대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광주에 사는 A(47)씨는 1∼2년 전 종신보험과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3억7000만원 상당을 주식에 투자했지만 최근 주가 폭락으로 60∼70%가량 손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부인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주식 폭락 때문에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하소연하며 여러 차례 ‘죽고 싶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지수가 1000선 아래로 내려앉은 최근 사흘 동안은 아예 식음을 전폐하고 매일 술을 마셔 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또 이날 부산에 사는 60대 부부는 주식투자 실패를 비관해 동반자살을 기도하다 경찰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10월쯤 증권사로부터 1억원을 추가 대출받아 모두 1억3000만원의 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했다가 최근 주가가 폭락하면서 투자액의 대부분을 잃자 이를 비관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모 보험사 지점장과 증권사 영업점 직원 등이 투자 손실 등에 대한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절도나 소년범 등 ‘생계형 범죄’도 증가세고, ‘IMF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노숙인도 늘고 있다.

경찰청이 펴낸 ‘2008 경찰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년 동안 21만2458건의 절도 범죄가 발생했다. 이는 전년 19만2670건보다 10.3% 는 수치다. 절도 범죄는 2004년(15만5311건) 이후 2005년 18만8780건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기 불안감에 따라 가정이 흔들리면서 2000년 이후 감소하던 소년범도 2005년 8만3477명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27.6% 늘어난 11만5661명으로 껑충 뛰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3014명에서 8월 2990명으로 줄면서 3000명 이하로 내려선 서울시 노숙인이 올해 9월 현재 2929명을 기록하며 3000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사회와 가정이 해체되는 징조”라며 “1997년 ‘IMF’때처럼 자살과 범죄에 대한 예방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민중 기자, 부산=전상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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