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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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30조를 아십니까]관련법 개정안 보니

우리나라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제도는 또 한차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범죄피해자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개정안의 골자는 보호법과 구조법으로 이원화된 범죄피해자 관련 법안을 보호법으로 통합하고 대검찰청 내부 지침에 따라 시행되던 형사조정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정치권도 관련 법 통합의 필요성을 인정해 법 개정 자체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전국 각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는 형사조정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세부 규정이 마련된다. 형사조정제 활성화는 범죄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실질적으로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문제는 어느 곳에서 형사조정을 맡느냐다. 이 법은 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 범죄피해자 지원 법인에 형사조정위원회를 두고 ‘학식·덕망이 있는 사람’들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이 경우 지원센터의 주 역할이 피해자 지원이 아닌 화해조정으로 굳어질 우려가 있다. 법무부는 “지원센터 전체의 역량이 커지는 것이지 피해자 지원업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17년째 같은 수준인 범죄피해자 구조금(사망사건 유가족에겐 1000만원, 신체 장해 피해자에겐 최고 600만원 지급)을 현실화하는 문제도 내년 초 시행령 개정으로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유가족 구조금의 경우 정액을 지급할 게 아니라 보험금처럼 생애수입 등을 감안해 피해자마다 다른 액수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처럼 범죄피해자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 미국은 1984년 범죄피해자법 제정을 계기로 범죄피해자기금(Crime Victim Fund)을 설립했다.

기금은 연방법을 위반한 범법자들로부터 거둬들인 벌금과 몰수된 보석보증금, 형벌부과금 등의 일부로 마련된다. 원래 상한선이 연간 1억달러였는데 1992년 1억2500만달러까지 증가했다. 구조금이 전부인 우리나라와 달리 풍부한 재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피해자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원 대상부터가 범죄의 무고한 희생자뿐 아니라 희생자의 장례비용을 부담한 자, 불법 감금 및 납치 피해자, 스토킹 피해자, 범죄자가 청구한 소송의 피해자 등 다양하다. 지원 내역 역시 피해자의 의료·상담 치료 비용은 물론, 매장 및 장례 비용, 임금 상실분, 재판 참석 교통비, 직장복귀비, 가정폭력 피난처 사용비, 사건장소 사후 처리비, 이사 비용, 선량한 구조자의 재산 손실 등 범죄피해 원상 복구에 필요한 여러 경제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특별기획취재팀=염호상(팀장)·박성준·조민중·양원보·송원영 기자 tams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