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개편을 맞은 방송가가 들끓고 있다. 방송사들이 봄 개편을 단행하면서 진행자를 교체하거나 장수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하자 일부 제작진은 제작 거부에 돌입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경영진은 경기불황으로 인한 제작비 절감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제작진은 외부 압력에 굴복해 코드맞추기식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MBC 기자들이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 교체 논의와 관련, 9일 MBC 본사에서 열린 뉴스 제작 거부 기자회견장에 참석,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MBC 경영진은 김미화 교체 이유에 대해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대체 가능한 진행자는 내부 인력으로 교체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유경민 PD는 10일 “우리 프로는 광고판매 이익률이 MBC 라디오 프로그램 중 3위이고 청취율은 전국 6위”라며 “6년 가까이 공들여 김미화라는 진행자의 캐릭터를 만들어 온 결과”라고 강조했다.
김미화는 시사프로그램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신뢰를 쌓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일부 보수단체와 보수신문으로부터 ‘친노무현’, ‘반MB’ 인사로 공세를 받기도 했다.
유 PD는 “어느 시사프로그램이나 편파 논란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지금껏 심의로부터 제재를 받은 적도 없다”며 “출연료 때문에 김미화씨를 하차시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경영진도 뚜렷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미화의 출연료는 ‘지금은 라디오시대’의 최유라 조영남, ‘싱글벙글쇼’의 강석 김혜영과 같은 수준인 연 9000여만원 정도다.
그동안 미디어법 상정, 미네르바 구속 등과 관련해 정부에 비판적인 클로징 멘트를 해온 신경민 앵커 교체를 둘러싼 보도국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MBC 보도본부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신경민 앵커 교체는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뉴스가 보수화되는 과정의 한 단계”라며 “앵커 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보도국의 독립성과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전영배 신임 보도국장은 신 앵커와 뉴스철학이 다르다며 교체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봄 개편을 맞아 10년 장수 끝에 폐지되는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KBS 제공 |
드라마국의 한 관계자는 “‘사랑과 전쟁’에 광고가 붙지 않는다거나 소재가 고갈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경영진에서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폐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사랑과 전쟁’ 제작진은 “시즌2 얘기도 나오지만 현재로선 만들고 싶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근 새 음반을 낸 윤도현의 출연을 둘러싸고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윤도현밴드의 소속사인 다음기획은 “이번 주 KBS 2TV ‘비타민’과 1TV ‘1대100’ 녹화에 출연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보를 최근 받았다”며 “작가 미팅까지 다 한 상황에서 KBS가 왜 이런 입장을 취했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윤도현은 KBS에서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진행하다가 지난해 가을개편에서 하차했으며 당시 정치적 외압설이 일기도 했다. 윤도현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으며, 지난해 광우병 파동 때 촛불집회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KBS는 “윤도현밴드가 최근 2주일 새 6번이나 출연했고 타 방송사와의 중복 출연도 많아 일정을 조정하자는 것이었을 뿐”이라며 “라디오 등에는 계속 출연하고 있는 상황에서 출연금지설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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