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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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역할,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MBC ‘뉴스테스크’ 앵커교체논란으로 재점화
MBC 간판뉴스인 ‘뉴스데스크’의 신경민 앵커 교체 논란이 일면서 앵커의 역할과 표현 수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디어법 국회 상정에 반대하는 언론노조의 총파업 등을 거치며 앵커들은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적인 클로징 멘트를 쏟아냈다. 시청자와 누리꾼의 반응은 ‘속이 시원하다’는 열렬한 지지와 ‘자사 이기주의’라는 비판으로 엇갈렸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일부 멘트에 대해 제재 조치를 내렸다.

앵커의 입, 그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일까. ‘앵커’(anchor)의 사전적 의미는 ‘방송에서 해설과 논평을 곁들여 종합 뉴스를 진행하는 사람’ 혹은 ‘취재되어 온 원고를 기초로 최종적인 정리를 하는 뉴스캐스터’로 정의된다. 사전적 정의가 모호한 만큼 그 역할을 바라보는 시선도 차이가 있다.

언론노조 파업에 참여하며 신상 발언을 한 박혜진 앵커는 방통심의위로부터 ‘경고’를 받은 반면 KBS의 보신각 타종 행사의 방송화면?음향 조작 논란을 소재로 한 신 앵커의 발언은 ‘문제없음’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지난주 MBC가 신 앵커 교체를 검토하면서 MBC 기자회는 “정권에 비판적 발언을 자주 해온 데 따른 인사조치”라며 외압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MBC 기자회의 한 관계자는 “앵커가 자신의 주관을 드러내지 않고 날씨 얘기나 해야 되느냐”며 “뉴스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고 해석을 하라고 기자를 앵커 자리에 앉힌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앵커가 사회?정치 현안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히는 데 제한이 없어야 하며 해외에서도 앵커들에게 폭넓게 표현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자사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 경우 앵커에게 보다 신중한 발언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윤석민 교수는 “만약 앵커의 멘트를 문제 삼아 교체하는 것이라면 옳지 않다”면서 “그러나 해당 매체가 사회적 논란이나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에서 관련 멘트를 할 때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신방과 성동규 교수도 “앵커는 사회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전제로, 그 역시 표현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주관적인 얘기를 할 수 있다”며 “해외 유명 방송사의 앵커들도 주관적 발언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해외, 적어도 선진국에는 우리나라처럼 앵커 멘트를 심의하는 국가 혹은 민간 심의기구가 없다”면서 “방송사에서 자체 심의를 하고 피해자라고 여겨지는 시청자나 이해단체가 시청거부 운동이나 소송을 걸어 문제를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방통심의위라는 심의기구가 있는 한 그 결정을 존중해야 하지만 권력에 비판적이라고 해서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앵커 역시 지나치게 자사 이기주의적인 발언을 하거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선동적인 멘트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미 기자

■이슈가 됐던 주요 앵커 멘트

●신경민 앵커

▲이번 보신각 제야의 종 분위기는 예년과 달랐습니다. 각종 구호에 1만여 경찰이 막아섰고요. 소란과 소음을 지워버린 중계방송이 있었습니다. 화면의 사실이 현장의 진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래서 언론, 특히 방송의 구조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시청자들이 새해 첫날 새벽부터 현장실습교재로 열공했습니다. (2009.1.1-방통심의위 ‘문제없음’)

▲지난봄에 PD수첩의 광우병 프로그램을 형사처벌할 수 있느냐가 논쟁거리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매우 엇갈리지만 형사 처벌하려면 엄격한 법적 요건에 해당해야 하는 것이 문명이 깬 나라 형사법의 기초에 해당합니다. 수사검사와 검찰 상층부가 이 기초를 놓고 싸우다가 검사가 그만둔다고 합니다. 어느쪽인지 한편은 형사법 수업시간에 매우 졸았다는 얘기가 될 겁니다.(2008.12.19)

▲(요즘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로 시끄럽습니다. 찬반 논란이 있고 월간지에 기고가 실리고 비난방송까지 나왔습니다./박혜진 앵커) 이렇게 된 까닭은 그의 분석이 정부보다 더 정확하고 논리적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인지 찾아내고 입을 다물게 하기보다는 미네르바의 한수에 귀를 기울이는 게 맞아 보입니다.(2008.11.18)

●박혜진 앵커

▲(본사를 포함한 언론노조가 내일 아침 방송법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총파업에 들어갑니다./신경민 앵커) 조합원인 저는 이에 동참해 당분간 뉴스에서 여러분을 뵐 수 없게 됐습니다. 방송법 내용은 물론 제대로 된 토론도 없는 절차에 찬성하기 어렵습니다. 경제적으로 모두 힘든 때, 행여 자사이기주의 그리고 방송이기주의로 보일까 걱정되지만 그 뜻을 헤아려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2008.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