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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횡령·배임 등 '고무줄 판결'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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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칼라 범죄 엄단… 무기징역까지 선고
아동 성폭행 땐 최대 13년刑… 처벌수위 높여
가중?감경 요건 일부 애매모호… 개선 필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24일 확정해 발표한 뇌물수수 등 8개 범죄 ‘양형기준’은 대륙법계 국가로선 첫 시도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형기준 시행으로 ‘고무줄 판결’,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 법원을 향한 지금까지의 비난이 다소 수그러드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형량을 늘리거나 줄이는 데 적용될 일부 요소가 너무 모호해 향후 운영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뇌물죄, 살인보다 무겁게 처벌”=뇌물수수, 횡령, 배임 등 이른바 ‘화이트칼라’ 범죄 처벌이 엄격해진다. 뇌물의 경우 5000만~1억원만 받아도 원칙적으로 징역 5~7년의 실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5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피고인에게는 11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이 선고된다. 양형위 관계자는 “어떤 의미에선 살인죄보다 높은 형량”이라고 말했다.

횡령, 배임도 뇌물수수처럼 액수에 따라 5가지 유형으로 나눠진다. 50억원 이상의 횡령이나 배임에는 원칙적으로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

양형위는 형량이나 집행유예 여부를 결정할 때 ‘사회에 끼친 공헌’ 같은 요소를 가급적 배제하도록 했다.

13세 미만 여자 어린이와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이에겐 원칙적으로 실형이 선고되는 등 성범죄 처벌 수위도 대폭 상향됐다.

비슷한 전과가 있거나 재범 우려가 높으면 형량이 최대 13년6월까지 늘어난다. 성범죄의 경우 다른 범죄보다 재범률이 훨씬 높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양형위는 이외에 살인, 강도, 무고, 위증도 ‘중요 범죄’로 판단해 양형기준을 마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 사회적 관심 등을 반영해 8개 범죄 양형기준부터 우선 만들었다”며 “앞으로 다른 범죄 양형기준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 안 따르려면 사유 밝혀야=양형기준은 범죄를 유형별로 구분한 뒤 기본적 형량 범위를 제시하고 여기에 감경·가중 요소를 두는 형태로 돼 있다. 감경요소가 많으면 형량이 줄어들고, 가중요소가 많으면 늘어나는 식이다. 가중·감경 요소의 구체성과 객관성이 양형기준의 핵심인 셈이다.

횡령, 배임의 양형기준을 보면 ‘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구체적으로 증명된 경우’를 감경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이란 단서를 달긴 했지만 ‘사회 발전’ ,‘공적’ 등 개념 자체가 너무 포괄적이란 지적이다. 해석에 따라선 대기업을 운영하며 많은 고용을 창출하고 거액의 세금을 낸 행위 자체가 ‘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 경우 횡령이나 배임 혐의로 기소된 대기업 총수에게 관대한 형을 선고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양형기준에 포함된 형량 감경?가중 요소는 시행 과정에서 수정하거나 교체할 수 있다”고 말해 개선 여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양형기준이 ‘권고적’ 효력밖에 지니지 못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판사는 양형기준 적용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 기준에서 벗어난 형량을 선고할 수 있다.

양형위는 “판결문에 양형기준을 따르지 않은 이유를 반드시 적도록 한 만큼 그런 일이 자주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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