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기부 발표가 나온 지 이틀 뒤인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에 예정에 없던 ‘민간의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제도’라는 보도참고자료가 뿌려졌다. ‘내년부터 개인기부금 공제한도가 현행 소득금액의 15%에서 20%로 확대된다’는 내용이었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이 내용은 알고 보니 2년 전 소득세법 개정 때 이미 발표된 ‘재탕’이었다.
#2 지난 7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재정부 당국자와 국책연구원 소속 연구위원들이 참석해 부유층을 겨냥한 다주택보유자 임대소득 과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참에 부동산 투기도 잡고 재정도 확충하자는 심산이다.
#2 지난 7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재정부 당국자와 국책연구원 소속 연구위원들이 참석해 부유층을 겨냥한 다주택보유자 임대소득 과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참에 부동산 투기도 잡고 재정도 확충하자는 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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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앞줄 오른쪽)이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런 움직임은 재정 건전성 악화의 우려가 고조된 데다 서민층을 껴안아야 한다는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경기 하강이 끝나지 않아 내수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정부의 경기 진단과도 맞지 않아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대통령이 부자정권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어하자 때마침 만성 적자로 고민하던 정부가 ‘서민층 살리기’ 논리를 개발, ‘부자 증세’에 편승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에 대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잇단 말 바꾸기는 조세정책 혼선의 단면을 보여준다. 윤 장관은 2월10일 취임사에서 “법인세와 소득세가 경쟁국보다 높다면 더 낮춰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넉달 뒤인 6월29일 국회 답변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계획 유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기존 발언을 뒤집었다. 파문이 일자 그날 오후 “정부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경제수장의 오락가락하는 발언으로 불신만 키웠다.
정부는 겉으로는 ‘감세 유지’를 주장하면서도 내부적으론 이미 세원 발굴에 착수한 상태다.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에 따른 비판의 눈초리를 의식한 듯,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연구원을 내세워 연일 증세의 군불을 지피는 형국이다.
지난 7일 정책토론회에선 재정부 당국자와 조세연구원 소속 연구위원들이 나란히 참석해 부유층을 겨냥한 다주택보유자 임대소득 과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참에 여론을 등에 업고 부동산 투기를 잡으면서 재정도 확충하자는 심산이었다. 이튿날에는 생소한 ‘죄악세’ 개념까지 끌어들여 술·담배의 세율을 대폭 인상하자고 설파했다.
이는 경기 위축과 재정 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 적자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부는 세수 부족분이 올해 12조원, 2012년까지는 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 장관도 이날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민간의 소비·투자 등 내수 회복이 하반기 경제회복 추세 유지를 위한 관건”이라며 부처별로 내수 활성화 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강조했다.
내수 경기를 살리자면 당연히 감세와 재정 지출이 뒤따라야 하지만 올해 정부 예산의 60%가량이 이미 상반기에 조기 집행돼 하반기에 투입할 ‘탄환’조차 부족한 상태다.
따라서 위기의 터널을 채 빠져나오기도 전에 섣불리 증세로 돌아설 경우 자칫 회생 기미를 보이던 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기간산업실장은 “정부가 증세 얘기를 꺼내는 것은 재정 지출을 벌여 놓아 세수가 모자라게 되니까 미리 조치하자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출구전략을 마련하기는 이르다고 해놓고 지금 세금을 늘린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상혁·우상규 기자 next@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