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경기 흐름?… ‘이성태의 입’을 보라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5월부터 경제 전망 변화… 긍정적 발언 잇따라
하반기 회복은 확신 못해… 주택대출 급증 우려
“경기 흐름을 알려면 중앙은행 총재의 입을 주목하라.”

우리나라의 통화와 물가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쏟아내는 경기 진단 발언에 경제주체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의 발언을 통해 우리 경제가 언제 바닥을 탈출하고 도약할지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9일 기준금리를 5개월째 2%로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제활동이 그동안의 하강세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하반기에 높은 성장을 끌어갈 힘은 보이지 않는다”는 말로 현 상황을 압축했다. 비관할 필요는 없지만 낙관하기도 아직 이르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한은 총재의 입을 보라=이 총재의 경기 인식은 4월까지만 해도 매우 암울했다. ‘경기 하강이 깊어진다’거나 ‘바닥을 느끼기 어렵다’는 식의 비관적인 발언이 많았다. 하지만 5월을 고비로 그의 경기 인식은 확연히 달라졌다. ‘경기하강 속도가 완만해졌다(5월)’며 올 들어 처음 긍정적인 메시지를 시장에 보낸 데 이어 지난달에는 ‘경기 하강세가 거의 끝났다’고 선언했다. 단정적인 표현을 잘 쓰지 않는 그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발언을 한 셈이다. 이 여파로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고치로 치솟을 정도로 채권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이달 들어서도 그의 경기 인식은 낙관 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 총재는 9일 “경제활동이 적극적인 재정·통화 정책에 힘입어 그동안의 하강세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며 경기의 바닥 탈출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경기가 하반기에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지는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하반기에 성장세는 이어가겠지만 강도가 매우 약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1분기보다 2분기에 상당히 높은 성장을 했으나, 이는 재정 지출 확대에 따른 일시적 효과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따라서 하반기에 재정 지출을 대신해 높은 성장을 이끌 동력이 마련돼야 경기가 가파른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주택담보대출 급증 경계해야=이 총재는 최근 급증하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날 “한 달에 3조원 이상 증가세를 보이는 것은 좀 규모가 크다”며 “일부 지역 주택 매매·전세가격이 다소 상승하고 있어 주택담보대출과 연계해 볼 때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인식에는 이미 가계부채가 매우 많은 수준인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로 가계 빚이 더 늘게 되면 민간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더구나 미국 등과는 달리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도 집값이 별로 떨어지지 않은 처지에서 주택담보대출이 확대되면 자칫 집값 거품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