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만 있는 영화가 아니다. 쓰나미도 있는 영화다."
윤제균 감독의 말대로 영화 '해운대'는 쓰나미가 나오는 드라마라 해야 옳다.
재난에 맞닥뜨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화려한 출연진과 설정 자체가 가져다주는 볼거리와 감동, 거기에 감독의 장기인 코미디가 잘 버무려져 여름철 성수기를 노리는 잘 만든 상업영화로 탄생했다.
해운대 미포 선착장 상가번영회장 만식(설경구)은 도망간 아내가 두고 간 아들이 하나 있지만, 자기 가게 앞에서 무허가 횟집을 운영하는 연희(하지원)를 좋아한다. 연희 역시 어릴 적부터 자기 옆을 지켜준 만식이 좋지만 뜸만 들이는 만식이 답답하다.
해양구조대원인 만수 동생 형식(이민기)은 서울에서 놀러 온 삼수생 희미(강예원)의 저돌적인 대시에 당황하면서도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쩌지 못한다.
해양연구소의 지질학자 김휘(박중훈)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쓰나미의 위험을 경고하지만, 부산에서 국제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이혼한 아내 유진(엄정화)은 불안을 만드는 전남편이 불만스럽다.
눈에 띄는 것은 설경구의 연기다. 어깨에 힘주고 멋 부리는 연기를 해온 그도 아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완전히 망가지는 코믹 연기를 보여준다.
야구장에 갔다가 술에 취해 펜스에 매달려 야구 선수를 놀리는 장면이나 일회용 샴푸를 위장약으로 알고 먹어 응급실에 실려가는 장면은 박장대소를 불러오고, 연희에게 몸을 꼬며 애교를 부릴 때는 설경구에게 저런 모습도 있었나 새롭다.
이민기 역시 순진하고 어리바리하지만 직업에 대한 사명감만은 투철한 형식을 제대로 살려냈다.
다른 주연 배우들 이상으로 맛깔나는 연기를 보여준 것은 연희의 동창이자 만식과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란 동춘 역의 김인권이다. 설경구와 짝을 이룬 그의 코믹 연기는 영화에서 최고의 웃음을 선사한다. 철없는 사고뭉치 날건달에 비겁하고 야비한 모습도 있지만 결국 피 안 섞인 남을 구해내는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웃고 즐기면서 영화의 중반을 지나면 순식간에 멀어 닥친 쓰나미처럼 분위기도 역전된다. 수십만 인파가 쓰나미를 피해 달아나지만 빌딩도 무너뜨리는 자연의 위력 앞에 무참히 휩쓸린다.
사람들의 살아남으려는 안간힘과 피할 길 없는 희생은 제대로 보여주지만, 감동을 줘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과도한 감정이 실린 한 장면에서는 의도와 달리 웃음이 픽 나오기도 한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100%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되는 쓰나미에만 몰리자 제작사 측은 홍보 과정에서 블록버스터가 아닌 '한국형 재난영화'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실제 쓰나미가 주인공인 영화도 아니나 그래도 짚고 넘어가자면 '그럭저럭 볼만하다' 정도다.
화려한 할리우드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에 이미 익숙해진 관객들에게는 불만족스럽겠지만, 영화를 해칠 정도는 아니다.
다리에 걸린 수출용 컨테이너 선박 정도가 좀 아쉽고, 빌딩을 무너뜨리며 도시 전체로 몰려드는 모습이나 달아나는 사람들 뒤로 덮치는 장면은 쓰나미의 위용을 그런대로 잘 살려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