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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on] '사람' 냄새 풍기는 설경구 "쓰나미 아닌 '사람'이 주인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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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오는 상황에서도 사람 이야기는 계속 되죠"

 


[세계닷컴]

배우 설경구와 마주해 이야기한 것은 영화 개봉 전이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출연 배우와 만난다는 것은 대화의 한계를 갖는다. 홍보사의 보도자료와 예고편만 보고는 배우의 역할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야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경구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영화를 보기 전에 인터뷰하는 장점은 뻔뻔해 질 수 있다"며 웃었다. 기자들이 다 보고 나서는 어떻게 봤을까라는 생각에 쉽게 이야기를 못 풀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영화가 개봉된 후 설경구를 비롯한 감독과 배우들은 더 '뻔뻔'해도 될 수준이다.


'해운대' 최만식과 설경구

설경구가 극 중 맡은 '최만식' 역은 부산 토박이로 횟집을 운영하기는 하지만 회 한번 잡아보지 않은 인물이다.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란 강연희 (하지원 분)의 아버지와 같이 원양어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지만 갑자기 불어닥친 기상 악화 상황에서 잘못된 판단으로 연희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가면서, 한편으로는 연희에 대한 사랑을 느끼지만 또한편으로는 죄책감에 연희를 보호해야 하는 입장에 처한다. 이때문에 만식은 연희에 대해 무한 사랑을 베푼다.

"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해운대 때문에 먹고사는 주민들이죠. 저는 그중에서 상가번영회 회장이며 횟집을 운영하는데 회 한번 썰어본 적이 없죠. 또 가게 옆의 무허가로 횟집을 운영하는 하지원 집을 신경쓰죠. 어떻게 보면 사랑의 표현을 그렇게 하는 거죠. 하지원씨 아버지가 저 때문에 죽은 것이기 때문에 제가 하지원을 보호를 하는 것이죠. 사랑하고 좋아하는 하는데 벽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표현은 저희 집에 접시나 파, 마늘 등 부식꺼리를, 제 가게에서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남았다고 하면서 다 갖다줘요. 그래서 저희 엄마와 부딪치는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이 일어나는 가운데 서 있는거죠"

'해운대'에서 설경구는 이전의 캐릭터에서 보여지는 털털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니 어떻게 보면 더 철없이 보이기까지한다. 이전 출연한 작품에서 '럭셔리'하게 양복 입고 나온 영화가 '그놈 목소리' '공공의 적2' 정도다. 오죽하면 외부로 비춰지는 설경구는 거칠기만하지 부드러움을 느끼기 힘들다고까지 할까. 이번 '해운대'에서도 역시 설경구는 사랑의 표현 방식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우리네 서민 모습을 그렸다.

"같이 영화에 나오더라도 제가 중훈이형과 정화를 같은 장면에서 안 만나요. 민기는 몇번 만나고. 주로 저희 동네 사람은 저랑 지원이랑 인권이가 자주 등장하죠. 저희는 부산 토박이로 설정이 되어있고, 중훈이형은 서울에서 파견되어 온 부산 해양지질연구소에 있는 사람이고, 정화는 국제행사 총괄 책임 매니저로 왔는데 둘은 이혼한 부부고요. 또 민기는 제 동생인데 구조대원으로 서울에서 피서온 아가씨와 눈이 맞아버리죠. 어 그러고보니 이놈이 제일 좋은 역이네. (웃음) 그러니까 분위기가 다 틀려요. 일단 우리 쪽 동네는 시끄러워요. 낮술 퍼마시는 신이 많아요. 술 먹고 주사 부리고 싸움나는 일도 많고요. 중훈이형네 가면 럭셔리 해요. 회의실이나 상황실이 나오니 뭔가 각져있고요. 또 민기네쪽 분위기로 가면 해변, 호텔 숙소, 요트 등이 나오죠. 제가 촬영없을 때 중훈이형네 촬영 장소를 가면 '왜 우리는 이런 좋은 의자가 없어'라고 막 이러죠. 한쪽은 럭셔리, 한쪽은 요트 타고 좋은 분위기인데 우리는 맨날 술만 먹고. (웃음) 시작도 그렇지만 끝도 각자의 에피소드로 끝나죠. 이쪽의 쓰나미 상황과 저쪽의 쓰나미 상황이 다르고요. 쓰나미가 오는 상황에서도 사람의 이야기는 계속 진행이 되요.  

영화 '해운대'는 부산 토박이로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최만식 (설경구 분), 강연희 (하지원 분), 한때 부부였지만 딸을 낳고 이혼한 해양연구소 소속 지질학자 김휘 (박중훈 분)와 광고 대행사 이벤트 담당 이사 이유진 (엄정화 분), 그리고 만식의 동생이자 해양구조대 소속 구조대원 최형식 (이민기 분)와 삼수생으로 서울에서 해운대로 놀러온 김희미 (강예원 분)를 중심으로 이들의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어느 날 해운대에 닥친 시속 800km의 초대형 쓰나미로 인해 서로에 대한 갈등과 이를 풀어나가는 애정을 그린다.


몸으로 뛰는 배우 설경구, CG와 만나다

'해운대'가 기획 단계에서 주목을 받았다는 것은 쓰나미와 이때문에 부서져버린 해운대 주변 모습을 얼마나 CG로 잘 구현하느냐는 것이었다. 대규모 물CG가 국내에서 구현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스타워즈' 시리즈와 '투모로우' '퍼펙트 스톰' 에서 CG 프로듀서로서 명성이 높은 한스 울릭의 합류는 할리우드급 물CG가 국내에서 드디어 선보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혔다. 그러나 이런 대중들의 기대감과는 별개로 그 안에서 움직이는 배우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그동안 주로 '연기력' 하나로 모든 승부를 걸었던 설경구는 이번과 같은 CG를 통한 영화작업은 처음이다.

"이런 CG는 처음이죠. 사실 제가 했던 영화는 부분적으로도 CG가 들어간 적이 거의 없었죠. 와이어 영화도 없었는데요. 이번 CG를 보면 영화 '괴물'처럼 처음부터 나와서 쫓아다니고 그런 것이 아니고 후반에 쓰나미 장면이 등장하죠. 사실 제 몸에 물이 터치가 되는 컷은 한번 뿐이었던 것 같아요. 전봇대 부분에서요. CG하는 분들이 CG컷할 때는 한스도 와 있었고, 그런 와중에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연기하는 것은 어려움이 없었죠. 하지만 후반 CG작업 등에서 제작진이 고생을 많이 했죠. 언론시사회도 16일 아니고 6일에 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윤제균 감독이 끝까지 물고 늘어졌거든요. 최대한 작업을 할 수 있을만큼 해보겠다는 것이죠. 특히 이번 CG는 할리우드팀에 전적으로 맡긴 것이 아니고 한국팀과 같이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더 클 것 같아요. 처음으로 시도하는 두려움과 중압감. 그런데 윤 감독 자체가 뚝심이 있다는 것이 믿음이 갔죠"

설경구가 이번 영화에 합류한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설경구 소속사로 영화 참여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에서 설경구가 직접 윤제균 감독을 만난 술 한잔을 하다가 합류를 결정한 것이다. 설경구가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준 캐릭터 그대로 서민적이고 털털하게 다가갔고, 윤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로 뜻이 맞은 것이다.

"회사로 이야기가 왔길래 관심이 있어서 시나리오 좀 보여달라고 했더니, 저에게 맡기고 싶은 배역이 분량이 너무 작아서 수정 후 보여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기다리고 있고 회사와 제작사와 서로 이야기가 오가는 와중에, 제가 성격이 급해서 윤 감독에게 연락을 해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죠. 사실 윤 감독을 그때 잘 몰랐어요. 물론 영화는 다 봤죠. 그런 상황에서 윤제균이란 사람이 누군지도 궁금하고 해서, 다른 사람없이 단 둘이 만났어요. 제가 말을 술술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뻘쭘한 자리가 될 수도 있었는데 희한하게 말이 술술 나왔어요. 윤 감독도 광고회사 다니다가 IMF때 나와서 영화 시작하게 되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는데, 그게 저한테는 굉장히 진솔하게 들렸어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하겠다라고 했죠"

그렇게 합류해서 처음해보는 CG와 작업을 하고 물에서 적잖은 고생을 해서 1년 만에 고생한 작품 앞에 대형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버티고 있었다. 사실 이같은 대결 구도는 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순간 예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앞서 윤 감독은'두사부일체' vs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색즉시공' vs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의 스크린 맞대결을 펼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해운대'는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로 세 번째 스크린 맞대결을 펼치면서도 앞서 개봉한 '트랜스포머2 : 패자의 역습'과도 어느 정수 스크린 경쟁을 해야되는 상황이다. 대작과 경쟁하는 설경구의 생각은 '사람'에서 귀결됐다.

"사실 트랜스포머가 2억달러가 들어갔다고 했잖아요. 저는 해운대 하면서 130억이 이렇게 초라해보이기는 처음이에요. 하도 언론에서 2억달러, 2억달러 하니까, '해운대' 그림을 130억으로 표현하기 초라해보이더라고요. 영화 시작할 때는 이 돈이 굉장히 크게 보였거든요. 그래서 배우들이 몸으로 때우고 있고, 할리우드 기술진에게 땡깡부리고 끝까지 물어져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요즘 한국 영화시장에서 130억은 어마어마하고 감사한 일인데도 이런 느낌이 드네요. 그런데 저희는 여운이 길게 남을 것 같아요. 트랜스포머는 길게 남나요? 저희는 사람이 계속 나오고 쓰나미가 주인공은 아니죠. 쓰나미는 그냥 사람들이 극복못하는 거대한 장치일 뿐이에요. 그래서 최선을 다한 것 같아요"

설경구는 현재 류승범, 한혜진 등 과 함께 차기작 '용서는 없다'에서 부검의를 연기한다. 그리고 차기작에 또다시 자신을 던지고 있는 설경구가 열연했던 영화 '해운대'는 22일 개봉 후 이틀만에 전국 47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해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를 눌렀다.

유명준 기자 neocross@segye.com 사진 허정민 기자 ok_hj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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