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없이 건넜을까…”
김동환(1901∼?)의 서사시 ‘국경의 밤’에는 일제 강점기 국경의 상황이 장엄하게 묘사된다. 시인의 표현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국경은 오랫동안 목숨을 내놓아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요 장소였다. 아직도 우리는 육로를 통해 다른 나라로 넘어갈 수 없다. 휴전선 이북이 닫혀 육로로서 기능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지금도 국경은 바로 ‘삶과 죽음’의 선이기 때문이다. 같은 나라였다가 다른 나라가 됐더라도, 우리처럼 으르렁거리는 곳이 또 있을까. 터키와 그리스, 인도와 파키스탄, 러시아와 중국 등도 살풍경의 국경 분위기를 만들어냈지만, 우리 같지는 않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도 마찬가지다. 도시 국가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를 넘어가면서 이 호젓한 ‘감상(感傷)’ 이 목울대를 적셔온다.
김동환(1901∼?)의 서사시 ‘국경의 밤’에는 일제 강점기 국경의 상황이 장엄하게 묘사된다. 시인의 표현이 아니더라도 우리에게 국경은 오랫동안 목숨을 내놓아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요 장소였다. 아직도 우리는 육로를 통해 다른 나라로 넘어갈 수 없다. 휴전선 이북이 닫혀 육로로서 기능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지금도 국경은 바로 ‘삶과 죽음’의 선이기 때문이다. 같은 나라였다가 다른 나라가 됐더라도, 우리처럼 으르렁거리는 곳이 또 있을까. 터키와 그리스, 인도와 파키스탄, 러시아와 중국 등도 살풍경의 국경 분위기를 만들어냈지만, 우리 같지는 않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도 마찬가지다. 도시 국가 싱가포르에서 말레이시아를 넘어가면서 이 호젓한 ‘감상(感傷)’ 이 목울대를 적셔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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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오가는 국제우등고속버스 에로라인. |
이번 여행은 국경을 넘는 자유로운 움직임에 목표를 뒀다. ‘쌍둥이 빌딩’인 KLCC로 유명한 쿠알라룸푸르와 신행정수도인 푸트라자야 대신, 수도에서 1∼2시간 거리인 두 곳을 찾기로 했다. 남쪽의 믈라카와 북쪽 파항주의 겐팅하일랜드. 600년 전 술탄 왕국이 있었던 말라카는 복합문화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상징 같은 도시이고, 1772m 고지대에 들어서 있는 겐팅하일랜드는 동남아의 대표적인 테마파크다.
믈라카(말라카). 싱가포르와 쿠알라룸푸르에서 2시간 안팎이 걸리는 이곳은 말레이시아 문화와 역사의 축소판이다. 이곳에서는 원주민격인 말레이 주민에다가, 이주해온 중국계와 유럽계 후손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그것도 500년 넘는 세월 동안. 동서양의 공존 및 현대와 과거의 대화가 이뤄진다는 표현은 이곳에서 잘 들어맞는다. 이슬람의 전통을 간직한 왕국이었던 믈라카는 지금도 가톨릭과 불교, 이슬람, 도교사원이 이웃하며 문화의 공존을 도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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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믈라카에는 역사의 흔적이 많다. 믈라카 주변 에이파모사에 있는 서양의 대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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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슬림의 국가에 ‘카지노’는 어울리지 않지만, 1년 이용객만 200만명이 넘는다. 중국계나 힌두교도와 달리 말레이시아 무슬림은 이곳 카지노를 출입할 수 없다. 대신 이들은 케이블을 타고, 동남아 최고라고 자부하는 겐팅하일랜드에서 ‘야생’의 생물과 공기를 느끼고 호흡할 수 있다. |
쿠알라룸푸르 남쪽의 믈라카가 역사 체험에 좋은 곳이라면, 수도 북쪽 40km 거리에 있는 겐팅하일랜드는 말레이시아의 현대적인 여유와 자유를 상징한다. 동남아 최고 테마공원인 이곳은 말레이시아에 정착한 화교 사업가 림고통이 1970년 개장했다. 겐팅은 이곳 말로 ‘구름의 위’인 ‘운정’(雲頂)을 뜻한다. 별명처럼 겐팅하일랜드 곳곳은 구름에 뒤덮여 있다. 열대지방이지만 시원한 기운이 전신을 감싼다. 한국의 용평리조트나 에버랜드처럼 관광객들로 붐빈다. 겐팅하일랜드는 카지노와 놀이시설, 휴양지의 기능이 접목돼 있다. 이곳을 언급할 때 흔히 사용하는 ‘동남아의 라스베이거스’라는 표현이 오히려 진부해 보일 정도이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산 정상을 올라본다. 도시의 빌딩보다도 높아 보이는 열대의 나무들이 하늘에 길이라도 만들 듯이 높다. 곧잘 올라가는 케이블에도 어깨를 견주려는 듯 열대림의 기세가 여전하다. 숲 속에서 ‘사랑 놀이’라도 하는 것인지, 원숭이들의 괴성이 여유 있는 감상을 방해한다. 구름에 덮인 열대의 테마파크는 속살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는다. 이럴 때 장관은 카메라 대신에 머리와 가슴에 담아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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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대에도 눈이 내린다, 겐팅하일랜드 ‘겨율 테마 존’의 야간개장 모습. |
테마파크에서 벗어나자, 녹색의 땅에서 힘껏 ‘샷’을 날리는 관광객들이 눈에 띈다. 적어도 이곳에서 골프는 ‘사치’가 아닌 ‘운동’인가 보다. 땀을 흘리는 그들의 모습에서 활기가 느껴진다.
파항·믈라카(말레이시아)=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