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는 독립 3년 만인 1960년 한국과 외교 관계를 맺었다. 수교 반세기가 1년 앞이다. 동북아와 동남아에 대한 보다 강력한 접근을 원하는 양국은 그간 서로에게 ‘유연한 거점’ 역할을 해왔다. 최근에는 정치·경제적인 교류에서 벗어나 관광·문화적인 접촉도 늘어나고 있다. 문화적인 교류는 전략적 고려가 아닌, 상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기에 효과도 크다. 양국 사이에는 ‘경쟁보다는 협조’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에는 한국관광공사와 말레이시아 관광청이 역할을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관광청 서울 사무소의 모하메드 아미룰 리잘 소장과 관광공사 쿠알라룸푸르 지사의 김기헌 지사장을 만나 현장 이야기를 들었다.
관광공사 쿠알라룸푸르 김기헌 지사장
우리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대한 현지인의 친밀감을 높여야 한다. 김 지사장은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더욱 많은 말레이시아 관광객을 한국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문화 교류에 우선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9월 쿠알라룸푸르 중심가에 문을 연 ‘코리아 프라자’. 점심 식사를 끝낸 듯한 오후 2시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코리아 프라자 1층으로 모여들었다. 한국 노래를 비롯해 한국 요리, 한국어 등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다. 관광공사가 이곳에서 상설로 운영하는 한국 교실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 관광공사 27개 지사 중에서 ‘한국 교실’을 상설로 운영하는 곳은 쿠알라룸푸르 지사가 유일하다.
코리아 프라자를 만든 뒤, 관광공사가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예전에는 호텔을 빌려 한국 관련 행사를 마련했지만, 이제는 한국적 분위기가 나는 이곳에서 행사를 펼칠 수 있어요. 한국문화를 보다 현실적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매번 장소를 새롭게 찾거나 설치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돼 예산 절감 효과도 톡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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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연 지 10년을 넘긴 쿠알라룸푸르의 상징 ‘쌍둥이 빌딩’, KLCC. |
말레이시아 관광객을 한국으로 불러모으기 위해 그가 생각해낸 것이 친밀감과 신뢰감 조성이다. “먼저, 말레이시아가 이슬람 사회라는 것을 고려했습니다. 여행에서 제일 큰 걱정거리가 잠자리와 식사거든요.” 그래서 김 지사장은 돼지고기를 금식 목록에 올려놓는 등 메뉴 선정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무슬림(이슬람신도)을 위해 서울 이태원과 강원도 일부 지방에 ‘무슬림 이용 가능 식당’을 만드는 데 적극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용산구의 이슬람사원에서 한국인 출신 이슬람 종교지도자인 ‘이맘’을 초청했다. 한국인 이맘을 맞이한 말레이시아 무슬림들이 한국에 대한 신뢰감을 보이고, 한국 여행에 두려움을 내던진 것은 이곳 교민사회에서 잘 알려진 일이다. 이 외에도 말레이시아 최고 가수인 ‘마위’를 홍보대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지방 정부와 한국 관련 행사를 곧잘 열기도 한다. 특히 행사의 수익금은 현지인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사용해 한국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관광청 서울사무소 모하메드 아미룰 리잘 소장
모하메드 아미룰 리잘 말레이시아관광청 서울사무소 소장은 주한외국관광청협회(ANTOR Korea) 부회장이다. 올해 35세로 서울 소재 관광청 소장으로는 매우 젊은 나이다. 그의 역동성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얼굴을 보려면 국내에서 열리는 관광 관련 행사장을 찾으면 된다. 리잘 소장은 말레이시아 자체의 특이성과 동남아 일부라는 유사성을 적절히 가미해 ‘말레이시아’라는 브랜드를 관광업계에 내놓고 있다.
그가 말하는 말레이시아의 특이성은 종교적 다양성이다. 이슬람교과 불교, 힌두교, 기독교, 도교 등 이곳의 종교는 다양하다. “21세기는 다문화와 다양성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우리는 말레이시아 본토 사람은 물론 중국과 인도 출신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찍부터 다문화를 경험한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 ‘다문화’라는 말은 특별한 말이 아닙니다.” 다양성은 ‘포용의 창’으로 이해되고, 국가 경쟁력 확보로 이어진다. “말레이시아에서 경전철을 타보세요. 타밀어로 대화를 시작하는 친구에게 말레이어와 영어로 답을 하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언어 구사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폭넓고 깊이 있게 다른 문화를 이해하게 되지요.”
지난해 말레이시아를 찾은 한국 관광객은 27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한 나라만을 찾는 이들은 많지 않다는 게 리잘 소장의 평가다. “체류자가 아닌 여행자는 단기여행이라도 말레이시아만을 찾지는 않아요. 그래서 싱가포르와 연계한 여행, 태국과 연계한 여행 상품을 개발해 내놓고 있어요. 가령 남부 지역인 조호르바루와 싱가포르를 연계한 여행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요.”
그의 설명에는 주변 국가와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고민이 담겨 있다. 올해 말에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말레이시아 기반의 저가항공사 ‘에어 아시아’의 한국 취항이 연기된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말레이시아 홍보에 여념이 없지만 한국도 절절히 사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한국이 너무 부러워요. 다른 나라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편리한 대중교통이 한국 도시들의 자랑 같아요. 말레이시아에서 지인들이 오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면 대중교통을 곧잘 이용합니다. 그래서 한국어도 부지런히 배우고 있고요.”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말레이시아는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나라입니다. 어디서든지 환영하는 문화가 남아 있어요.”
쿠알라룸푸르=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