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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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길의 연애공작소] ‘꿀벅지’ 싸고 갑론을박

먹는 것에 비유…자극적으로 느껴져 불쾌감 유발할 수도
달콤한 ‘꿀’과 여성의 ‘허벅지’가 결합된, 마치 꿀을 발라놓은 것처럼 달콤할 것 같은 허벅지를 의미하는 ‘꿀벅지’. 우리가 언제부터 여성들의 허벅지 건강에 이토록 많은 관심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보면 이 꿀벅지가 인천공항 문제보다도,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보다도 더 이슈인 것 같다.

초반 ‘누가 최고의 꿀벅지인가’를 가지고 떠들던 것들이 이제는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번져 ‘과연 이 꿀벅지라는 표현이 성희롱이냐, 아니냐’를 두고 또다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 같다. 단어 자체가 불쾌하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그냥 말 그대로 꿀처럼 달콤할 것 같은 매력적인 허벅지라는 뜻이지 전혀 나쁜 의도는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기사를 읽다가 “왜 여자들도 초콜릿 복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남자들은 꿀벅지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안 되느냐”는 치기 어린 질문이 있어 왜 꿀벅지가 초콜릿 복근보다 더 기분 나쁜 표현인지에 대해서 설명을 한번 해보고자 한다.

예전에 모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연예인들의 몸을 만들어주던 유명한 헬스 트레이너 중에 ‘간고등어 코치’라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가 그를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근육이 마치 간이 잘 밴 고등어처럼 탄탄해 보여서이기 때문이지 그 사람의 몸이 간고등어처럼 맛있어 보여서 그렇게 부르는 것은 아니다. 

이명길 듀오 대표연애강사
초콜릿 복근이라는 표현 또한 남성의 복근이 마치 먹으면 초콜릿처럼 달콤할 것 같아서 초콜릿 복근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그 모양이 초콜릿의 각처럼 보이기 때문에 초콜릿 복근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즉 그냥 그 모양이 시각적으로 보여서 그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지 뭔가 끈적거리는 2차적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꿀벅지’는 어떨까? 여성의 허벅지가 꿀처럼 생겨서 꿀벅지라고 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고 주장한다면 당신이 지금 종이와 펜을 들고 꿀의 모습을 한번 그려보기를 바란다. 꿀벅지라는 표현은 간고등어나 초콜릿 복근과 같이 시각에 의존해 만든 1차적 의미를 가진 단어가 아니다. ‘꿀=달콤하다’는 느낌에 포인트를 주어 마치 꿀을 발라 놓은 것처럼 달콤할 것 같은, 즉 여성의 허벅지를 보는 것으로 모자라 ‘달콤하게 먹는 것’에 비유를 하여 포인트를 맞추었기 때문에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고 그만큼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최고의 꿀벅지라고 매스컴에 나오는 연예인 당사자(?)들이 화는커녕 오히려 감사하다고 인사까지 하는 마당에 꿀벅지라는 단어 사용에 대해 내가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겠지만 분명한 것은 초콜릿 복근보다 꿀벅지가 더 기분 나쁜 느낌으로 만들어진 단어라는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왜 초콜릿 복근은 되고, 꿀벅지는 안 되느냐는 단순한 주장만은 하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듀오 대표연애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