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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 참정권 보장 계기로 美 한인사회 위상 높아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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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하원의원 3선 지낸 김창준 한미포럼 이사장
해외 산다고 투표권 안주는 건 어느 선진국에도 없는 일
한국정부의 이번 조치는 당연
“재외동포들에게 투표권을 주기로 한 것을 계기로 교포 사회에 여러 단체가 생겨나고 한국 정당 관계자의 교포 사회 방문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이 투표권을 주기로 한 대상은 한국 여권을 가진 해외 체류자 또는 영주권자로 제한돼 있습니다. 미국에는 이들 외에도 미국 시민권자 신분의 많은 동포들이 거주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이번 참정권 허용 조치가 교포 사회 전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거나 교포 사회가 한국의 정치 바람에 휩쓸릴 것이라는 주장은 과장됐다고 봅니다.”

한국계 출신으로 미국에서 유일하게 연방 하원의원 3선을 기록한 김창준 한미포럼 이사장(70)은 15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재미동포 사회의 원로로 미국 내 한국계 정치 지망생들의 대부 역할을 하고 있는 김 전 의원은 교포들의 참정권 보장을 통해 미국 내 한인 교포 사회의 위상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국 국적 보유자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입니다. 선진국 중에서 해외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참정권을 박탈하고 있는 나라가 없을 것입니다. 한국계 동포들은 특히 외국에 거주하면서도 늘 한국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어요. 그런 동포들에게 참정권 기회가 주어지면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주 지역 교포 사회에서는 비례대표 배정, 미주 지역구 신설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

그렇지만 투표권 행사 과정에서 교포 사회가 분열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미주지역 교포 사회에서 한국의 한나라당, 민주당 등 특정 정당 지지를 표방하는 단체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이 같은 현상도 크게 걱정할 일이 못된다고 잘라 말했다.

◇김창준 전 연방 하원의원이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공화당 출신인 제가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 하원의원 선거에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마크 김 후보의 후원회를 주최했습니다. 교포들은 이처럼 서로 한국계라는 소속감을 갖고 있으며, 한국의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고 해서 그 때문에 서로 싸우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한국에 있는 한국인들이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다르듯이 교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김 전 의원은 다만 참정권 보장과 한국인에 대한 미국 무비자 입국 제도 시행을 계기로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좌파 성향의 인사들이 미국으로 건너와 이념 대결을 부추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에 한국에서 온 친북 인사와 단체들이 워싱턴 DC 등을 방문해 세미나를 개최하고, 영어로 된 유인물을 나눠 주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6·25전쟁의 북침, 한국 체제 전복, 맥아더 동상 철거 주장 등을 담고 있어요. 또한 북한에는 인권 문제가 없는데도 한국과 미국 정부가 정치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악용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들을 전파하기 위해 미국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미국에 오지 못하도록 한국 정부가 나서서 막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다만 한국 내 좌파 진영 인사들의 활동에 대해 아직 국무부 또는 중앙정보국 (CIA) 등 미국 정부 측이 관심을 기울일 정도는 아니라는 게 김 전 의원의 설명이다.

“교포 사회는 성숙돼 있기 때문에 친북 인사들이 미국에 와서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서 흔들릴 정도는 절대 아닙니다. 그들의 활동도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판단됩니다. 미국 정부 또는 정보 기관이 나서야 될 상황도 아니죠. 다만 교포 참정권 보장, 비자 면제 등의 기회를 이용해 한국의 여러 인사들이 미국 동포 사회를 뒤흔들어 보려고 하는 것 자체가 못마땅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을 부인하는 사람들과는 대화하기가 어렵지요.”

김 전 의원은 이어 미국에서 자신의 뒤를 이을 연방 하원의원 등 한국계 정치인이 배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미국에서 시장, 시의원 등은 엄밀한 의미에서 정치인이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물론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대도시 시장은 예외입니다. 미국에서 정치인은 주의회 상·하원 의원과 연방 상·하원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을 지칭하기 마련입니다. 최근 한국계 마크 김 후보가 버지니아주 하원 의원 선거에 출마해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습니다. 또 임용근 전 오리건주 하원의원이 오리건주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까지 한국계 동포들이 활발하게 정계 진출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김 전 의원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계 동포들이 영어의 장벽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정치인이 되려면 지역에서 지도자로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명문대 졸업장이나 박사 학위 등을 내세워 지도자가 될 수는 없는 일이지요. 한국계 인사들은 지도력보다는 학벌, 경력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역사회에서 여러 가지 활동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으면 출신 인종 등이 큰 장애가 되지는 않습니다. 또한 지역사회의 요구를 반영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지요.”

김 전 의원은 1939년 서울 종로에서 출생해 보성고를 졸업했으며 한국에서 병역까지 마치고 1961년 미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500달러를 들고 미국에 와서 접시를 닦으며 공부한 전형적인 고학생 출신이다. 그는 캘리포니아의 채이피 칼리지를 거쳐 남가주대로 편입했다. 그는 그때 데일리 리포트의 배달 업무를 맡아 번 돈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그 후 남가주대 공과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캘리포니아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토목기사로 경험을 쌓은 뒤 39살에 제이킴 엔지니어링이란 건설회사를 설립했고, 아시아기업인협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기업인으로 지역에서 명성을 쌓은 뒤 1990년에 다이아몬드바 시의원에 당선됐고, 그 이듬해인 1991년에 다이아몬드바 시장을 지냈다. 그는 1992년에 캘리포니아주 제41지구에서 미국 사상 처음으로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임기 2년의 하원의원 3선을 기록했다.

연방 하원의원 경력을 가진 김 전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의 미국 의회 비준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런 낙관론을 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가 현재 건강보험 개혁과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 굵직한 국정 현안에 매달려 한미 FTA가 뒷전에 밀려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미 FTA가 물 건너간 것이 결코 아닙니다. 내년에는 한미 FTA 비준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일부 정치인들이 한미 FTA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해서 이들을 상대로 설득하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계 교포들이 지역구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한미 FTA에 소극적인 민주당 소속 의원 중에서 한미 FTA가 지역구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의원들을 핵심 타깃으로 삼아야 합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 약력

△보성고 졸 △미국 남가주대학 및 대학원 졸 △미 캘리포니아주 다이아몬드바 시의원 △다이아몬드바 시장 △연방 하원 의원 3선 △인터넷 신문 프런티어 타임스 회장 △중국 칭화대 한국캠퍼스 원장 △한미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