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있는 한 장애인 시설은 신종플루가 확산되자 그동안 매일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의 방문을 자제시키고 있다. 장애인들의 감염을 막기 위해 지난달 손소독제와 세정제 등을 구비했으나 자원봉사자와 같이 쓰기에는 부족한 탓에 부득이하게 취한 조치다. 한 직원은 “장애인들이라 감기라도 걸리면 폐렴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며 “장애인이라고 먼저 백신접종을 해주는 것도 아니어서 그저 감염되지 않도록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28일 신종플루의 급속한 확산세 속에서 장애인·아동 복지시설, 경로당은 재정 문제 등으로 사실상 신종플루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빠듯한 운영비로 예방조치를 완벽하게 취하기 어려운 데다가 방문객 발길마저 뚝 끊겨 외부 지원도 신통치 않은 실정이다. 지난 26일 대전에서 장애를 앓는 어린이 2명이 신종플루로 사망한 데서 보듯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경기도 군포에 있는 한 장애인 시설에는 장애인과 종사자 50여명이 생활하는데, 이 시설에 설치된 손소독기는 한 대뿐이다. 손 세정제를 내놓긴 했으나 하루 한 통씩 쓰다 보니 자체 비용으로 충당하기 벅찰 정도다. 정부 지원이 추가로 있는 것도 아니어서 후원자 도움으로 기본적인 예방조치만 하고 있다.
노인들이 자주 모이는 경로당의 상황 역시 비슷하다. 중구에 있는 한 경로당은 신종플루 감염 우려에 당분간 경로당을 폐쇄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매일 노인 50여명이 찾는 곳이지만 방역 물품을 구비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로당 관계자는 “오시는 분들께 손을 깨끗하게 씻으라고 당부할 뿐”이라며 “노인 대상 백신 접종은 연말에나 가능하다고 해서인지 당분간 경로당을 이용하지 말자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생활하는 지역아동센터도 신종플루 예방에 취약한 곳으로 꼽힌다. 서울의 A지역아동센터에서는 지난달 초 자원봉사자 한 명이 신종플루에 감염되자 부랴부랴 손 세정제와 건조기 등을 갖췄다. 하지만 학생 50여명이 방과 후 생활하는 이곳에서 이것만으로 신종플루를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센터 측이 자치단체 등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손 세정제 12개를 지원받은 게 고작이다.
이귀전 기자
장애인시설·아동센터·경로당 등 운영비 빠듯… 손 세정제도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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