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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 4389명 행적 담은 '친일인명사전'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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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독립유공자 등 올라 파장 클 듯
우여곡절 끝 8년 만에 결실… 총 3권·3000여쪽 달해
“인민재판식 명단” “과거사 청산”… 보·혁 갈등 지속
일제 식민지배에 협력한 인사들의 친일 행각과 광복 전후 행적을 담은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됐다. 사전 발간작업 착수 후 8년여 만에 이뤄진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8일 서울 효창공원 백범 김구 선생 묘소 앞에서 1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친일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총 3권, 3000여쪽에 달하는 인명사전을 공개했다. 이번 사전 발간은 ‘과거사 청산’에 큰 획을 그었다는 평가와 악의적 동기에서 비롯된 ‘인민재판식 명단’이라는 비판이 공존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것이 친일인명사전” 8일 서울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 묘역에서 친일인명사전보고대회를 개최한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 대표자들이 친일인명사전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종덕 기자
◆사회 지도층이 다수, 독립유공자도 포함=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하는 ‘친일문제연구총서’ 중 인명편인 이번 사전은 일제 식민통치와 전쟁에 협력한 인물 4389명의 주요 친일 행각과 광복 이후 행적 등을 담고 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장면 전 국무총리, 무용가 최승희, 음악가 안익태·홍난파, 언론인 장지연, 소설가 김동인 등 유력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독립유공자로 지정됐던 인물들도 들어 있어 파장이 클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은 만주국 군관으로 지원할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한 1939년 3월31일자 ‘만주신문’을 인용했다. 이 기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문경에서 교사로 재직 중 만주국 군관으로 지원하였으나 연령 초과로 일차 탈락하였다. 1939년 재차 응모하며 ‘一死以テ御奉公 朴正熙’(한 번 죽음으로써 충성함 박정희)라는 혈서와 채용을 호소하는 편지를 지원서류와 함께 제출했다”고 기술했다.

장면 전 국무총리도 국민총력천주교경성교구연맹 이사직을 맡았던 경력 때문에 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연맹은 매월 첫째 주를 애국주일로 정해 ‘무운장구기원미사제’를 지냈으며 미사 후에는 단체로 신사참배를 갖도록 했다고 사전은 설명했다.

독립유공자로 선정됐던 김성수 전 부통령은 1943년 8월5일 매일신보에 ‘문약의 고질을 버리고 상무기풍을 조장하라’는 내용의 징병 격려문을 기고했다.

‘시일야 방성대곡’으로 유명한 언론인 장지연도 1962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독립투사로 알려졌으나 1914년부터 1918년까지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한시를 포함해 700여편의 글을 실었다. 특히 1916년 12월10일에는 2대 총독으로 부임하는 하세가와 요시미치를 환영하는 한시를 매일신보에 싣기도 했다.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는 1938년 ‘관현악을 위한 환상곡-에텐라쿠’를 발표했는데, 본래 일본 왕 즉위식 때 축하작품으로 사용되던 일본의 관현악 ‘에텐라쿠’를 그대로 차용했다. 1942년에는 만주국 건국 10주년을 경축하는 의미로 ‘만주환상곡’을 작곡해 기념음악회에서 지휘하기도 했다. 신현확 전 국무총리와 최근우 전 사회당 창당준비위원장 등 3명은 지난해 발표된 ‘친일 명단’에 포함됐으나 유족들의 이의 신청 등이 받아들여져 수록 대상에서 빠졌다.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번 사전 발간을 둘러싸고 진보·보수 간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국론통합운동본부 등 보수단체는 사전 발간에 대해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정하고 정략적 목적에 의한 친일조작, 역사왜곡으로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을 근거 없이 음해하고 있다”며 민족문제연구소를 반국가이적단체로 고발할 예정이다. 또한 이들 단체는 민족문제연구소 해체를 촉구하는 대국민서명운동도 벌일 방침이다.

반면 연구소 측은 “엄정한 증거주의 아래 집필하고 친일 행적의 사실관계만을 담았다”며 2015년까지 총 20여권의 친일문제연구총서를 완간할 계획이다. 윤경로 편찬위원장은 “역사적 심판과 평가의 무서움을 인식하는 것이 성숙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친일인명사전 주요 목록
정계 박춘금(일본제국의회 중의원 의원) 장면(전 국무총리)
군·
경찰
김창룡(일본군 헌병 오장) 김태석(고등경찰) 노덕술(경시) 박정희(전 대통령·만주 국군 중위) 윤상필(일본군 소좌) 정일권(만주국군 헌병 상위) 최석현(경시)
법조계 노용호(판사)
경제계 문명기(상공인)
관계 김대우(도지사) 김창영(조선총독부 사무관) 이각종(군수)
교육·
종교계
김성수(보성전문학교 교장) 노기남(가톨릭 주교) 백낙준(연희전문학교 교수) 변설호(해인사 주지) 안인식(경학원 사성) 양주삼(감리교 목사) 이종린(국민총력천도교연맹 이사장) 이종욱(조계종 종무총장) 정춘수(감리교 목사) 현상윤(고려대 초대 총장)
언론계 박석윤(매일신보 부사장) 방응모(전 조선일보 사장) 장지연(언론인) 현영섭(내선일체 실천사 이사)
예술계 김경승(조각가) 김기창(화가) 김동인(소설가) 김은호(화가) 모윤숙(시인) 문예봉(배우) 서정주(시인) 신고송(연극연출가) 안익태(작곡가) 유치진(극작가) 조명암(가요 작사가) 최승희(무용가) 최인규(영화감독) 홍난파(작곡가)
자료:민족문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