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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韓美 관계 이상 없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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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핵심 당국자들 엇박자
외교·안보 시스템 총점검해야
외교·안보 분야에 몸담고 있는 정부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기자와 사석에서 “한미 관계 그렇게 보지 마라, 전혀 이상이 없는데…”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북핵 해결의 접근 방법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순 있다고 했다. 전 정부에서 한미 관계가 그다지 원만하지 못했다는 게 주지의 사실이고 보면, 이명박 정부가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남북 관계 틀을 만들어 가기 위해 한미 관계의 복원을 지상과제로 여긴다는 점을 사시로 볼 생각은 결코 없다. 실제로 현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한미 관계의 복원을 이 정부가 가장 잘한 대외정책 중의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면 요즘 한미 관계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옥영대 정치부장
2008년 12월 북한의 핵신고서 검증 방법을 둘러싸고 결렬된 1년여 동안 감감무소식인 6자회담의 복귀 조건으로 북한이 내세운 평화체제 논의 제의, 이 대통령의 3차 남북정상회담 언급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한미 고위인사들의 행보와 발언 등에서 나타나는 기류는 그러면 무엇을 의미하는가. 왜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 고위인사들이 다급하게 워싱턴으로 줄줄이 가야 했는지, 미국의 핵심 당국자가 한미 간 민감한 현안에 대해 왜 엇박을 내고 돌아갔는지, 이를 한미 관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여긴다면 지나친가.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을 보면 지금의 한미 관계는 심상치 않아 보인다. 우리 정부 고위인사들은 지난달 말 워싱턴으로 가 미국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돌아온 데는 나름의 속앓이가 있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조건에 대한 양국 간 의견차를 좁히기 위해서였다.

그간 한미 간의 입장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 논의에 진전이 있으면 평화체제를 논의한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9·19공동성명에 적시된 대로 평화체제를 논의한다는 것이다. 2005년에 마련된 9·19공동성명엔 “평화협정과 관련된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것은 북한이 최근 들어 한미 양측을 교란·분열시키기 위해 조건부 6자회담 복귀(선 평화체제 논의·후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면서부터였다. 그간 북핵 문제에 진전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미국 정부는 귀가 솔깃했다. 물론 북한의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외상’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내심 반겼을 수도 있다. 미국이 평화체제를 미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는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을 제대로 이해시키면 된다고 판단했을 법도 하다.

우리 정부는 미국 내에서 일고 있는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서 동시에 평화체제 논의가 우리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워싱턴행을 ‘결행’했다고 보면 무리가 없어 보인다. 지난주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발언은 우리 정부 고위인사들이 워싱턴으로 쏜살같이 달려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정확히 읽게 한다. 캠벨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면서도 “6자회담은 바로 다음에 와야 하는 필수적인 조치”, 즉 ‘정상회담과 6자회담’의 선후관계를 명시하고 돌아간 것이다.

우리 당국자들은 캠벨이 오버한 것이라고 고개를 저으며 수습에 부산을 떨었지만, 이 대통령이 이미 지난달 BBC 인터뷰에서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따지고 보면 한미 간 의견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 얘기대로 “감을 갖고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점을 확연히 보여준 것이나 다름 없다. 기자와 만난 정부 관계자는 엊그제 전화통화에서 “지금의 한미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해석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중국 왕자루이와 유엔 사무총장 특사의 방북, 김계관의 방중, 게다가 끊이지 않는 북한 붕괴설 등 호흡이 꽤나 가파르다. 때마침 외교안보 수장들이 한미 간 핵심 현안을 제각각으로 해석하며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데도 외교·안보 시스템을 총점검할 시기라면 무리인가.

옥영대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