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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영대 정치부장 |
그간 한미 간의 입장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 논의에 진전이 있으면 평화체제를 논의한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9·19공동성명에 적시된 대로 평화체제를 논의한다는 것이다. 2005년에 마련된 9·19공동성명엔 “평화협정과 관련된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것은 북한이 최근 들어 한미 양측을 교란·분열시키기 위해 조건부 6자회담 복귀(선 평화체제 논의·후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하면서부터였다. 그간 북핵 문제에 진전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미국 정부는 귀가 솔깃했다. 물론 북한의 주장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외상’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내심 반겼을 수도 있다. 미국이 평화체제를 미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나오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는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을 제대로 이해시키면 된다고 판단했을 법도 하다.
우리 정부는 미국 내에서 일고 있는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서 동시에 평화체제 논의가 우리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워싱턴행을 ‘결행’했다고 보면 무리가 없어 보인다. 지난주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간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발언은 우리 정부 고위인사들이 워싱턴으로 쏜살같이 달려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정확히 읽게 한다. 캠벨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면서도 “6자회담은 바로 다음에 와야 하는 필수적인 조치”, 즉 ‘정상회담과 6자회담’의 선후관계를 명시하고 돌아간 것이다.
우리 당국자들은 캠벨이 오버한 것이라고 고개를 저으며 수습에 부산을 떨었지만, 이 대통령이 이미 지난달 BBC 인터뷰에서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따지고 보면 한미 간 의견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 얘기대로 “감을 갖고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점을 확연히 보여준 것이나 다름 없다. 기자와 만난 정부 관계자는 엊그제 전화통화에서 “지금의 한미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해석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중국 왕자루이와 유엔 사무총장 특사의 방북, 김계관의 방중, 게다가 끊이지 않는 북한 붕괴설 등 호흡이 꽤나 가파르다. 때마침 외교안보 수장들이 한미 간 핵심 현안을 제각각으로 해석하며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데도 외교·안보 시스템을 총점검할 시기라면 무리인가.
옥영대 정치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