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면담이 평양이 아닌 함흥에서 이뤄진 것은 이례적이다. 사실상 북한의 초청을 받아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구두 친서’를 갖고 간 특사가 평양에서 승용차로 5시간이나 떨어진 지역으로 김 위원장을 직접 찾아가 면담하는 모양새가 외교적으로 볼 땐 매끄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왕 부장이 7일 방북한 이후 함흥시의 2·8비날론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며 함흥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과 왕 부장의 면담이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함흥 면담’에 대해 왕 부장이 김 위원장을 쫓아가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한 상황으로 해석하고 있다. 면담 직후 중국과 북한 매체의 보도에서 느껴지는 온도차가 그 근거다. 중국 신화통신은 “한반도 핵문제를 타당한 방식으로 해결하기를 희망한다”는 후 주석의 구두친서 내용을 공개하고 6자회담 당사국들의 진정성을 강조한 김 위원장의 발언도 전했지만 중앙통신은 두 인사가 만난 사실만 짤막하게 전달했다.
하지만 오히려 왕 부장 측에서 고령의 김 위원장을 배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북중 모두 만남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북중 간의 혈맹관계를 고려해볼 때 왕 부장이 직접 움직인 것은 외교적 결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왕 부장은 앞서 최태복 노동당 중앙위 비서를 만나는 등 김 위원장과 면담하기 위한 수순을 밟았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을 생각해 왕 부장이 직접 움직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는 달리 김 위원장이 왕 부장과 면담이 부담스러워 의도적으로 피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측이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하고 나설 것이 뻔한 상황에서 ‘선 유엔제재 해제’를 요구해온 북한으로서 대응에 옹색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9일 왕 부장과 함께 중국으로 들어간 상황을 놓고 보면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조수영 기자
일각 “김정일 6자 복귀 설득용”
평양서 승용차로 5시간… ‘외교상 결례’
“中서 고령 金위원장 건강 배려” 분석도
평양서 승용차로 5시간… ‘외교상 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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