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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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종시의총, 친이.MJ-친박 `대충돌'

유정복 "MJ, 사실관계 다른 언급 해명해야", MJ "큰 차이없어"
23일 오후 국회에서 이틀째 계속된 한나라당의 세종시 의총은 초반부터 친이(친이명박)와 친박(친박근혜), 정몽준 대표와 친박간 파열음이 적나라하게 터져나오면서 향후 세종시 당론 수렴과정의 험로를 예고했다.

일단 시작은 무난했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의총 공개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참석한 의원들도 동의를 표시하면서 의총은 순조롭게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인사말을 하면서 분위기는 조금씩 변했다.

그는 상임고문단과의 이날 오찬 내용을 소개하면서 "국민 걱정을 덜어주지 못하는 정치인의 소신은 뭐라고 말할 수 있느냐라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버지 부시'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뒤 저명한 경제학자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선거 때 무슨 약속을 했는지도 기억못할 텐데 지금부터라도 경제정책을 새롭게 만드는게 좋다'고 말했다"면서 "선거와 행정은 다른 것인지, 같은 것인지 등에 대해 평상시에도 고민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 대표가 세종시와 관련된 얘기는 아니고, 자신이 10년 전에 신문에 쓴 이야기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듣기에 따라 박근혜 전 대표를 연상시킬 수 있는 발언이었다.

이후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의원이 `신상발언'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충돌이 발생했다.

유 의원은 "유감스럽게도 정 대표는 어제 의총 모두와 말미, 오늘 모두 발언을 통해 중립에서 벗어나 좀 치우쳤다는 느낌이 있다"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전날 정 대표가 의총 말미에 언급한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 세종시 회동 무산 과정을 설명한 뒤, "정 대표가 사실관계에 대해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말한 것인데 무슨 다른 의도가 있으셨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죄송하지만 정 대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사실 관계를 아닌 걸 말해 오해 소지가 많았다"며 "당 대표로서 사실 관계가 아닌 얘기로 당이 분열되고 싸우는 듯한 일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순간 친이 의원들을 중심으로 웅성거림이 있었다. 유 의원이 지적이 과한 것 아니냐는 기류가 묻어났다.

고흥길 의원은 아예 "대표, 정양석 비서실장을 통해 말씀하도록 하시고.."라는 말을 던진 뒤 화난 표정으로 의총장을 떠났다.

정 대표도 즉각 반격에 나섰다. 곧바로 발언을 신청한 뒤 "중도라는 게 참 어렵다. 면도칼의 균형이랄까"라면서 "이중간첩이면 중도를 잘하겠지만, 천성이 간첩을 잘 하는 성격이 아니어서.."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러면서 "(회동 무산에 관한) 얘기가 다르다고 해서 어제 제가 한 이야기를 뽑아오라고 해서 보니까 제가 한 이야기와 유 의원이 이야기한 것과는 큰 차이가 없는 거 같다"고 정면으로 받아쳤다. 이 과정에서 유 의원이 "(박 전 대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다"고 재반박하며 날선 신경전이 펼쳐졌다.

정 대표는 이어 박 전 대표의 지난해 10월 재보선 지원 여부와 관련해 자신이 과거 기자들에게 "마음 속으로 우리 후보들이 잘되기를 바라시지 않겠느냐"고 말한데 대해 박 전 대표가 전화를 걸어 와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왜 내용이 다르게 나왔느냐'고 묻더라"고 전하면서 "당 후보가 잘 되기를 마음 속으로 바라지 않겠느냐. 그럼 바라지 않는다고 하면 사실과 맞는 건지"라며 박 전 대표의 언급을 에둘러 반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친이계 핵심인 정태근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하겠다"고 요청했고, 이에 대해 친박계인 조원진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면 나도 할말이 많다"고 `맞대응'을 하면서 의총장에는 일촉즉발의 위기감마저 감돌았다.

결국 안상수 원내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주제와 다른 얘기가 나와 토론이 헝클어졌다. 이제부터 일체 신상 및 의사진행 발언은 받지 않겠다"고 교통정리에 나섰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