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에 몰린 검찰의 표적수사인가, 우연히 시기가 맞아떨어진 오비이락(烏飛梨落)일 뿐인가.’
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새로운 비리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고 나섰다. 법원은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한테서 5만달러를 받은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를 9일 예정대로 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김기동 부장검사)는 8일 경기 고양 일산동구의 상가 개발업체 H사와 자회사인 K사, 이들 회사 회계를 맡은 회계법인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 기업의 회계·감사 자료가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으며,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회사 임직원들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에 따르면 한 전 총리는 2006년 이후 H사 대표한테서 10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선거운동 등 정치활동에 쓴 혐의를 받고 있다. 2008년 3월 부도가 난 H사의 채권단 관계자는 회사 자금 흐름을 확인하던 중 거액의 뭉칫돈이 한 전 총리 측에 흘러간 정황을 발견해 검찰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산동구는 한 전 총리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때 지역구였다.
서울중앙지검은 한 전 총리 사건을 수사해온 특수2부(권오성 부장검사) 대신 특수1부에 이 제보를 넘겨 수사하도록 했다. 김주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한 전 총리를) 기소한 후 다른 신고가 들어와 확인하는 것”이라며 “이는 수사기관 임무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압수수색 사실이 공개되면서 뒷말이 많다. 재판부에 ‘한 전 총리가 깨끗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려고 했다든지, 한 전 총리 측에 “뇌물수수 사건에서 무죄가 나오더라도 처벌을 피해 갈 수 없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등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다.
조광희 변호사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이 시점에서 왜 그런 수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명숙 공동대책위원회’ 양정철 대변인도 “검찰 태도는 이미 시험시간이 끝나 답안지를 낸 학생이 갑자기 ‘고칠 게 있다’며 선생님한테 답안지를 돌려 달라고 떼쓰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애초 수사하던 사건에서 벗어나 새 범죄를 찾아 나서는 이른바 ‘별건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이후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을 강조하며 검찰에 “별건수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해 왔다.
그러나 검사가 범죄 혐의를 발견하고서 모른 체한다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말도 나온다. 검찰은 한 전 총리 재판의 변론 재개를 법원에 신청하는 방안도 한때 검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9일 오후 2시 한 전 총리 1심 판결을 내린다. 재판부는 검찰의 새로운 의혹 수사와 무관하게 이미 기소된 뇌물수수 사건에 한정해 유무죄를 판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라는 새 의혹을 들고 나옴에 따라 한 전 총리와 검찰의 다툼이 ‘새 라운드’로 접어들 전망이다.
정재영·김정필 기자
sisleyj@segye.com
“한명숙 前총리에 10억대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9일 ‘5만弗 수수’ 1심선고 앞두고 새의혹 제기
“별건수사… 흠집내기용” 지적… 한前총리측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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