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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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상대 '기업형 성매매조직' 적발

美軍·교수·사업가 줄줄이 엮여… 주한 외국인 사회 큰 파장 예고
여대생·유치원 교사 등 국내외 여성 12명 성매매
접촉한 남성만 4000여명 달해… 경찰 수사 확대
 
주한 외국인 대상 기업형 성매매 조직으로 세계일보가 보도한 범죄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성매수를 문의·시도한 외국인만 4000명에 달하고 상당수가 지식인층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27일 다국적 생활정보사이트 ‘크레이그 리스트’를 통해 주한 외국인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미국인 L(27)씨를 구속하고 한국인 여대생 이모(21)씨 등 성매매 여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달아난 성매매 여성 6명을 추적 중이다.
◇‘유 에스코트’ 성매매 사이트 캡쳐 화면.
◆외국인 성매매 어떻게 이뤄졌나=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주한미군에서 전역한 L씨는 그해 9월부터 최근까지 ‘유 에스코트’라는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운영하며 200여명의 남성에게 성매매 여성을 연결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L씨가 주로 구인·구직, 전·월세 정보 등을 교환하는 ‘크레이그 리스트’를 통해 성매매 여성과 성매수 남성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영문 사이트라 수사 당국의 감시가 소홀한 점을 노린 것이다. L씨는 이 사이트에서 ‘돈 잘 버는 취업’을 미끼로 국내 유명 대학 교환학생과 일반 대학생, 영어유치원 교사, 불법체류자 등 모두 12명의 내외국인 성매매 여성을 모집했다.

L씨가 올린 “싼값에 최고의 에스코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L씨에게 접촉한 남성은 모두 4000여명. L씨는 성구매 의사를 밝힌 남성과 미리 장소를 정해둔 뒤 성매매 여성에게 해당 장소를 알려주는 식으로 성매매를 알선했다. 성매매 대금은 시간에 따라 20만∼50만원선이었으며, L씨는 이 가운데 20∼25%를 알선 수수료로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뿐 아니라 서울 명문대학 교수 등 영어가 가능한 국내 지식인층도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이 사이트를 통해 성매매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 외국인사회 성매매 후폭풍=이번 사건은 주한 외국인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성매매자 대다수는 주한미군이었지만, 원어민교사와 사업가 등 주한 외국인 중에서도 지식인층에 속하는 이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국내 거주 외국인 사회의 뿌리 깊은 성매매 풍토가 드러난 것이다. 성매매를 할 때 외국인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부과된다.

4000여명 가운데 현재 경찰이 구체적인 정황을 확보한 성매수 혐의자는 200여명이지만, 그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확보한 L씨 휴대전화와 노트북, 장부 등에 적힌 내용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성매매 정황이 드러난 이들을 불러 조사하는 한편 추가 혐의자 적발도 병행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 밖에 규모가 더욱 큰 ‘핑크 에스코트’라는 기업형 성매매 조직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핑크 에스코트는 3년 이상 활동한 성매매 조직이어서 훨씬 방대한 규모”라며 “국내 체류 외국인의 도덕성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지방청과 협의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성준·유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