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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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대국민 담화] “北 체제 전체 포괄적 책임 추궁”

김정일 직접 거론 안한 까닭은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대국민담화에서 천안함 사태에 대한 책임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직접 캐묻지 않았다. 대신 ‘북한 당국’에 대해 사과와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또 ‘북한 정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제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막판까지 김 위원장 적시를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호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선 김 위원장 책임을 추궁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오전 담화문 발표 직전 조율 과정에서 김정일 이름을 뺐다는 후문이다.

우선 북한의 포괄적인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에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 정권은 김 위원장과 아들, 군부 등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라며 “김 위원장 개인이 아니라 북한체제 전체를 향한 책임 추궁이라는 데 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관계 특수성과 향후 사태 수습 국면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다. 일단 김 위원장을 직접 타깃으로 삼음으로써 남북관계 파국을 부르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겠다는 계산이다. 청와대 핵심참모는 “탑과 탑끼리 충돌하면 탈출구가 없다”고 말했다. ‘천안함 출구 전략’의 여지를 만들고 이를 김 위원장 선택의 몫으로 남겨 남북관계의 질적인 전환을 꾀하겠다는 원려(遠慮)도 읽힌다. 김 위원장의 결단을 독려하는 메시지도 담긴 셈이다.

이 대통령은 담화에서 또 중국 역할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다만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어떤 나라도 천안함 사태가 북한에 의해 자행됐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며 에둘러 말한 게 전부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배려가 엿보인다.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위해선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중국이 틀어버리면 국제공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국을 끌어안는 데 끝까지 공을 들인다는 게 청와대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중국은 소통과 협력의 대상”이라며 “25일에도 중국 측 실무자와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허범구 기자 hbk10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