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李대통령 대국민 담화] “이제는 못 참는다”… 北 도발·위협 공세적 대응 전환

대북기조 변화 대내외 천명
“한반도 정세 중대한 전환점”
‘적극적 억제 원칙’ 견지 못박아…민족번영 위해 北변화 촉구도
이명박 대통령의 24일 대국민담화는 천안함 사태 대응뿐 아니라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북한 만행에 당하고 참았던 천안함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질 ‘이후’의 대북 구상을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천안함 희생장병 참배 이명박 대통령과 김태영 국방장관(앞줄 오른쪽 두 번째) 등 안보관련 장관, 군 수뇌인사들이 24일 전쟁기념관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한 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후 천안함 사건 46명 희생장병 명비 앞에서 참배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무엇보다 북한의 추가 도발 시 즉각적인 자위권 발동을 경고한 것은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다. 자위권은 외국으로부터의 침해에 대해 자국 권리와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필요한 군사행위까지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유엔헌장이나 국제법적으로 인정된다. 다만 침해가 현실적으로 매우 급한 것이어야만 한다는 점에서 자위권 남용에 대한 제약이 따른다. ‘선제적 자위권’은 위법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한다. 담화에서 ‘무력 침범’이라고 전제한 것은 이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이 동시에 북한 도발에 대한 ‘적극적 억제 원칙’을 견지하겠다고 못박은 것은 수세적이 아닌 공세적인 대응으로의 전환을 예고한다. 이는 ▲북한의 군사도발과 위협에 대한 선제적 관리 및 안보대비태세 확보 ▲북한 추가 공격 시 즉각적인 대응과 타격 ▲향후 남북관계와 대북 지원은 정치·군사적 부분과 연계하는 상호주의 견지라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설명했다. 북한 선택에 따라선 향후 남북관계가 긴장·위기를 넘어 충돌·파국으로도 치달을 수 있는 국면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참고 또 참았다.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며 분명한 대북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 대통령은 또 본격적인 천안함 대응에 나설 것임을 국내외에 알렸다. 큰 흐름은 두 갈래다. 우선 단호한 대북제재 실행을 선언했다.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통행 금지, 남북교역 중단, 유엔 안보리 회부 등이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 천안함 사태에 대한 책임과 대가를 요구했다. 이런 강공은 과거 10여년간 ‘햇볕정책’으로 상징됐던 대북 포용 기조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질적 변화를 겪게 됐음을 뜻한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젠 ‘패러다임 시프트(인식의 전환)’가 요구된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이 “궁극적 목표는 군사적 대결이 아니라 한민족의 공동번영”이라며 북한 변화를 주문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햇볕’의 미련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고, 그래야 진전할 수 있다는 당부이기도 하다. 특히 “무엇이 진정 북한 정권과 주민의 삶을 위한 것인지, 현실을 직시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촉구한 대목은 핵포기를 언급한 것이라고 이 수석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 안보 앞에서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한다”며 국민의 안보 의식 제고와 통합을 호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허범구 기자 hbk1004@segye.com

■담화문 요지

국민 여러분, 천안함은 북한의 기습적인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되었습니다. 또 북한이었습니다. 천안함 침몰은 ‘대한민국을 공격한 북한의 군사도발’입니다. 나는 북한의 책임을 묻기 위해 단호하게 조처해 나가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북한 선박은 남북해운합의서에 의해 허용된 우리 해역의 어떠한 해상교통로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교류협력을 위한 뱃길이 더 이상 무력도발에 이용되도록 할 수 없습니다. 남북 간 교역과 교류도 중단될 것입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길에 나선 우리 국민의 목숨을 빼앗고, 최근에는 우리 소유의 재산까지 일방적으로 몰수했습니다.

더구나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고귀한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 상황에서 더 이상의 교류·협력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다만 영유아에 대한 지원은 유지할 것입니다. 개성공단 문제는 그 특수성도 감안하여 검토해 나가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앞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 억제 원칙을 견지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무력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입니다. 북한은 ‘3·26 천안함 사태’로 유엔헌장을 위반하고, 정전협정, 남북기본합의서 등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기존 합의를 깨뜨렸습니다.

정부는 관련국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이 사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책임을 묻겠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우리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하고,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즉각 처벌해야 합니다. 북한 정권도 이제 변해야 합니다. 오늘날 어떤 나라도 혼자서는 평화를 지킬 수도, 경제를 발전시킬 수도 없습니다. 세계와 교류하고 협력하여 전 인류가 가는 길에 동참해야 합니다. 무엇이 진정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의 삶을 위한 것인지, 현실을 직시하여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안보태세를 확고히 구축하겠습니다. 군의 기강을 재확립하고, 군 개혁에 속도를 내겠습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연합방위 태세를 더 한층 공고히 할 것입니다.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도 더욱 튼튼해져야 합니다.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 그리고 끊임없는 분열 획책에도 우리는 결코 흔들려선 안 됩니다. 국가 안보 앞에서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