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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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대국민 담화] 전쟁기념관서 발표… 시종 비장함 풍겨

대국민담화 이모저모
이명박 대통령의 24일 천안함 대국민담화는 시종 결연함과 비장함을 풍겼다. 일단 담화 발표 장소부터가 그랬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은 올해로 60년을 맞는 6·25 전쟁 영웅의 흉상과 동판 등이 전시된 곳이다. 그 상징·역사적 의미가 현장 선택 요인이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당초 천안함이 인양돼 있는 평택 2함대사령부도 검토됐으나, ‘평화 의지’도 담긴 전쟁기념관이 더 적절했다”고 전했다. 현장에 국가 안보책임자가 총출동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호국영령 21명 흉상이 좌우에서 지켜보고 있는 호국전시실 복도를 혼자 20초가량 걸어 마이크가 마련된 단상에 도착했다. ‘역사적 전환점’이라는 중요성과 부담을 의식한 듯 굳고 엄숙한 표정이었다. 이어 10분 동안 차분하고 단호한 어조로 담화문을 읽으며 북한 책임을 캐물었다.

먼저 “또 북한이었다”고 개탄하며 “한반도 평화를 두 동강 내버렸다”고 성토의 날을 세웠다.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무력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천명할 때는 특히 엄중함을 내비쳤다. 담화 핵심인 이 문장은 현장에서 일부 표현이 수정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설문 초안에는 ‘무력’이라는 수식어가 없었는데 추가된 것이다. 단순한 침범도 자위권 발동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오해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북한 당국에 엄중히 촉구한다”며 책임을 묻는 부분에선 단상에 가지런히 놓았던 양손을 한데 모아 깍지를 끼면서 어느 때보다 단호함을 보였다. 북한을 향해 “도대체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 이렇게 하고 있느냐”고 반문할 때는 목소리 끝이 올라갔다. 북한 주민이 굶어 죽는 상황에서도 핵개발에 열 올리는 북한 당국자에 대한 노여움마저 묻어 나왔다. “천안함 46용사의 이름도 이곳에 영원히 새겨졌습니다”라고 말할 때는 비통한 마음을 억누르려는 듯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이 대통령은 담화 후 현장에 새로 마련된 ‘천안함 46용사’ 명비 앞에서 묵념을 올리고 넋을 기렸다.

허범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