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드라마를 연출하며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다만 남미의 벽에 막혀 막혀 8강까지 나아가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을 뿐이다.
한국 축구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통하게 된 것은 세대 교체를 바탕으로 한 신구의 조화와 ‘비밀 병기’ 개발, 체력과 상대를 제압하는 스피드, 조직력 등이 큰 힘이 됐다.
나이는 어리지만 일찌감치 해외에 진출해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 많아졌고, 과학적인 조련과 아낌없는 투자 및 지원 등도 한국 축구의 성장에 한몫을 했다. 하지만 결정적일 때 한방을 터뜨려 주는 해결사 부재 등은 ‘영원한 숙제’로 이어지고 있다.
◆신구의 조화=2007년 12월 7년 만에 대표팀 사령탑에 복귀한 허정무 감독은 무엇보다 대표팀의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당시 대표팀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지만 이후 4강 신화의 그늘 속에서 세대교체라는 당면 과제를 풀지 못하고 안주하고 있었다. 지휘봉을 잡은 허 감독은 대표팀의 경쟁력은 곧 세대교체라는 판단 아래 ‘젊은 피’ 수혈에 열을 올렸다.
허 감독 부임 이후 2년6개월간 각 국의 대표팀과 치른 A매치 40여 경기에서 데뷔전을 가진 ‘새내기’가 무려 26명이나 된다. 이 같은 탓에 허정무호의 가장 큰 장점으로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바탕으로 한 신구의 조화가 꼽힌다. 끊임없는 ‘실험’ 이 1954년 스위스 대회를 통해 처음 월드컵 무대에 얼굴을 내민 이후 무려 56년 만에 원정 16강의 값진 열매를 따는 힘이 됐다.
특히 미드필더 이청용(22)과 기성용(21) 등 대표팀에서도 주축 선수로 자리 매김한 20대 초반의 기대주들은 한국축구의 4년 뒤를 더 기대하게 한다.
‘블루 드래곤’ 이청용은 프리미어리그 진출 첫해인 2009∼10 시즌 5골 8도움을 올리며 ‘원조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을 뛰어넘는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생애 첫 월드컵인 이번 대회에서도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2차전(1-4 패) 및 우루과이와 16강전(1-2 패)에서 연거푸 골 맛을 봤다.
기성용은 그리스와 1차전 및 나이지리아와 3차전에서 이정수의 득점을 배달하는 프리킥으로 16강행에 크게 기여했다. 공격수 이승렬(21)과 미드필더 김보경(21) 등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주역도 이번 대회에 참가해 경험과 자신감을 쌓았다.
◆‘비밀 병기’ 개발=세트피스는 허정무호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대표팀은 그리스와 조별리그 1차전(2-0 승)에서 전반 7분 미드필더 기성용의 프리킥에 이은 중앙수비수 이정수의 오른발 슛으로 결승골을 뽑았다.
16강 진출을 결정한 나이지리아와 3차전에서는 0-1로 끌려가던 전반 38분 기성용의 프리킥 때 다시 이정수가 골문으로 쇄도하며 동점골을 뽑았다. 이어 박주영이 후반 4분 아크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 때 오른발로 감아차 역전 골을 터뜨렸다. 이날 터진 한국의 두 골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한국이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넣은 5골 중 3골이 세트피스에서 만들어졌다. 특히 기성용과 이정수는 두 골을 엮어내 허정무호의 주요 득점 루트가 됐다.
8강 길목에서 만난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0-1로 끌려가던 후반 23분 이청용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딩 슛으로 골망을 가르며 균형을 맞추는 등 세트피스는 허정무호의 비밀 병기였다. 아울러 과학적인 조련과 ‘한 발짝 더 뛰는’ 체력, 뛰어난 스피드, 체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한 조직력 등도 위대한 도전의 원동력이 됐다.
문준식 기자 mjsi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