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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회 지도층의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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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의 품격 못 갖춘 데 대중 분노
성공은 또다른 책무임을 인식해야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과거 그가 한 발언까지 속속 노출되면서, 국민들의 일차적 반응은 ‘어이없음’이다.

고위 공직자들의 성희롱이나 성추행 사건이 일어날 경우, 국민들이 어이없어 하면서도 ‘왜, 그들이 그랬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다. 당사자들은 사건 자체를 ‘인간적인 실수’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 수준으로 본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왜, 이런 차이가 생겨날까? 이들이 차지하는 ‘공인의 역할’과 ‘공인으로서의 기대’ 때문이다. 강 의원의 경우, ‘시중에서 돌고 도는 통속적인 이야기를 허물 없이 한마디 한 것이다’, ‘뭐, 그런 일을 가지고’ 등의 생각도 할 수 있다. 성희롱이나 성추행의 핵심 심리가 여기에 숨어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서로 다른 경험과 믿음이다.

강 의원은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발까지 했다. ‘아니, 뭐 내가 큰 잘못이라도 했나’ 또는 ‘뭐, 이렇게 까지’ 하는 억울함과 울분을 느낄 수도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서로 다른 시각과 입장이 나타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음담패설이 술자리의 분위기를 좋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가볍게 내뱉은 말이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에는 어쩌면 지금보다 더 심한 성추행이나 성희롱 행동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세상과 국민들이 변화했다. 이 변화는 소위 말하는 이 사회에서 잘나가고 괜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기대와 인식의 변화이다. 공인의 역할을 하는 사람은 그것에 부합하는 책임의식과 자기 절제에 의한 품격을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다. 이 사회에서 좋은 학벌과 비교적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은 시정잡배들과 다른 행동을 해야 한다는 기대이다. 그리고, 이런 기대가 무너질 때, 대중은 분개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영향력이나 지위를 개인의 능력에 대한 보상으로 보기 쉽다. 열심히 노력했으니, 그것에 따라 개인의 욕망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적 영역에서 성공한 사람이 공적 영역으로 넘어갈 때, 또는 나름 성공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위험한 착각이다. 우리 사회는 개인의 성취를 개인의 노력에 의해 얻게 되는 욕망 충족의 기회를 가진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절제의 삶을 가지는 기회로 삼아 달라는 공적 요청을 한다. ’공인(公人)’이라는 사람에 대한 대중의 기대이다.

성희롱이나 성추행은 남녀가 함께 사는 어느 상황에서나 항상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개입된 경우 이것은 부당한 권력 남용으로 해석된다. 그렇기에 강력범죄 이상의 지탄의 대상이다.

강 의원 사건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 지도층 인사의 성희롱이나 성추행 사건들은 이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적응 방식을 알려준다. 아니, 이 사회가 과거와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알려준다. 어려운 유년 시절을 딛고 자수성가형으로 성공의 과정을 거친 사람은 자신의 성취에 대한 보상을 얻으려는 심리가 있겠지만, 이제 그것을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공인이라는 지위를 얻은 사람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공인의 책무와 절제가 부담스럽다면, 빨리 그 자리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세상 필부의 삶이 비록 번듯하지도 않고 대우도 잘 받지 못하지만,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 그래도 자유롭기 때문이다. 성희롱 파문은 역설적으로 이 사회에서 누구나 바라는 성공이나 출세가 부귀공명을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적 책무를 진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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