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차기 대권 경쟁이 꿈틀대고 있다. 8·8개각이 기폭제다. 당장 48세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총리 내정 한방에 대권주자 반열로 떴다.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에게도 대권 도전자 꼬리표가 붙었다. 김태호·이재오 카드는 기존·예비 주자군을 자극해 경쟁의 시기와 폭을 당기고 넓히는 흐름이다. 19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때의 ‘9룡(龍) 시대’ 도래 얘기가 벌써 나온다.
대권 구도 다변화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유리하다. 분할통치 차원에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독주하는 현 상황은 레임덕(권력누수)의 불씨다. 판 흔들기는 통치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물론 각축을 통한 경쟁력 키우기 성격도 없지 않다. 이른바 MB식 정권 재창출 시나리오다.
그러나 인위적 속성재배의 차기 관리는 위험 요인도 적잖다. 특히 특정 유력 후보를 겨냥한 노골적인 ‘대항마’ 만들기는 내분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정운찬 총리에 이은 김태호 총리 내정은 다분히 반박(反朴)적 포석이다.
청와대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 눈치다. 핵심 참모는 10일 “차기 대선 경쟁은 앞으로 1년 싸움”이라며 “지금 판세를 바꾸지 못하면 그대로 굳어진다”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에선 “박근혜 없이도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기류가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상수’ 주장이 밀렸다는 얘기다. 7·28 재보선 승리는 이 대통령과 여권 핵심부가 자신감을 갖는 데 큰 몫을 했다고 한다.
친박(친박근혜)계의 거센 ‘개각 반발’은 이런 맥락에서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것 같다”며 “이대로 가다간 2012년 대선 때 여권은 분열하고 야권은 단결할 게 뻔한데, 이는 필패 구도”라고 우려했다.
‘낙점식’의 의도적 양성은 공정성 시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 두고두고 짐이 될 공산이 크다. 전날 김문수 경기지사가 김태호 내정자의 ‘깜짝 발탁’을 문제 삼고 이날 김 내정자가 반박하는 모습은 그 징후로 여겨진다. 한 여당 중진은 “혼자 모든 것을 개척해온 김 지사로선 여러 면에서 울분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속성재배는 성공 확률도 낮고 실패시 후유증도 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 차기 주자급인 이해찬, 정동영, 김근태, 유시민 전 열린우리당 의원 등을 총리와 장관 등에 기용했으나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 대통령도 정 총리의 좌절을 경험한 바 있다. 김 내정자도 실패작으로 끝난다면 ‘제3의 총리직 활용’은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이 대통령의 차기 관리 구상 자체가 힘을 받기 어렵게 될 수 있다.
허범구 기자
박근혜 독주 판 흔들기로 ‘레임덕 차단’
속성식 차기관리로 당 분열땐 ‘후유증’
속성식 차기관리로 당 분열땐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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