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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현·이만도 지음/한국고전번역원 옮김/한국고전번역원/6만원 |
한국고전번역원이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죽음으로 의(義)를 실천한 매천(梅泉) 황현(1855∼1910)과 향산(響山) 이만도(1842∼1910)를 재조명하는 문집을 나란히 번역 출간했다.
박석무 고전번역원 원장은 “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해에 이들이 남긴 문집을 번역해 한일합방의 부당성은 물론, 고결한 애국심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이 같은 기획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금수도 슬피 울고 산하도 찡그리니/ 무궁화 세상은 이미 망해 버렸다네/ 가을 등불 아래서 책 덮고 회고해 보니/ 인간 세상 식자 노릇 참으로 어렵구나.”
매천 황현이 일본의 강제병합 직후인 1910년 9월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남긴 절명시의 한 구절이다. 구한말 지식인으로서 망국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죽음으로 항거한 의지가 담겨 있다.
매천은 벼슬이 진사에 머물렀지만 문장으로 이름을 떨쳐 영재 이건창, 창강 김택영과 더불어 조선 후기 3대 문장가로 꼽힌다. 매천집은 그동안 부분적으로 번역된 적은 있지만 완역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7권으로 펴낼 향산 이만도의 문집인 ‘향산집’은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그는 강제병합 소식을 듣고 죽기로 작정하고 24일간 음식을 먹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895년에 항일의병을 일으키기도 한 그는 단식 도중 일본 순경이 미음을 주사기에 담아와 강제로 먹이려고 하자, 단식하는 도중에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순경을 꾸짖고 끝내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단식하는 동안 있었던 일을 ‘청구일기(靑丘日記)’에 기록해 남겼다. 그는 유시(遺詩)에서 “가슴 속의 피 다하니/ 이 마음 다시 허하고 밝아지네/ 내일이면 깃털이 돋아나/ 옥경에 올라가 소요하리라”고 노래했다.
박종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