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2차 양적 완화 조치로 한국경제에 원고, 원자재·곡물가격고, 물가고 등 3고(高) 파도가 덮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물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넘치는 달러화가 신흥시장국과 국제 상품시장으로 유입하면서 원화 가치 급등(원·달러 환율 하락)과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6000억달러 규모의 국채매입 조치가 진행되면 지난 8월 발표된 국채매입 계획을 포함해 총 8500억∼9000억 달러가 시장에 풀리는 셈이다. 달러 공급이 풍부해지니 달러화의 가치는 떨어지고 달러화 대비 다른 통화의 가치는 상승하게 된다. 원화 가치 상승 요인이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한국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온 수출기업엔 비상등이 켜졌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07.5원에 마감했는데, 이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추가 양적 완화를 시사한 8월27일(1196.6원)보다 7.5%나 하락한 수준이다.
대외 불안요인이 커지자 기획재정부도 이날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보고서에서 “주요국의 회복 속도 둔화, 미국·중국의 정책 변경 등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지난달 그린북에서 대외여건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표현한 것보다 우려의 정도가 커진 것이다.
신동석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로 달러화 가치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원·달러 환율 전망을 기존의 달러당 1050원에서 1000원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다만, 6000억달러의 양적 완화 규모가 시장에서 예상한 5000억∼1조 달러의 하단에 가깝다는 점에서 환율 하락이 다소 완만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달러화의 유입으로 한국 등 아시아 신흥시장국에서는 자산 버블도 형성될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업부문의 막대한 잉여현금, 마이너스인 실질금리 상태 등을 감안할 때 1∼2년 내 자산가격 버블이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심상찮다. 이번 조치 발표 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79센트(1.0%) 상승한 배럴당 84.6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추가 양적 완화 조치의 성공으로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공고해지면 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는 한국경제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조치가 자산시장에 거품을 형성하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상승시키는 부작용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면서 “그러나 양적 완화 규모가 과도하지 않고 점진적인 방식으로 유동성이 공급되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청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