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급격한 성장 둔화세를 보이는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무부 채권 6000억 달러(약 660조원)어치를 매입하겠다고 밝히자, 중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우려를 나타내며 대응책 모색에 나섰다.
연준은 이날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어 매달 750억달러가량씩 내년 6월까지 8개월 동안 순차적으로 재무부 채권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은 현재 보유 채권 중 만기도래분까지 다시 사들일 계획이어서 내년 2분기까지 약 9000억달러의 돈을 새로 발행하게 된다. 실업률이 9.6%에 달하고 주택압류 등으로 주택 1400만채가 비어 있는 데다 제조업 가동률이 28%에 그치는 미국 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통화 공급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이 시급하다는 게 연준의 판단이다.
연준의 조치로 달러 추가 약세가 이어지고 달러화에 대한 각국 통화의 가치가 상승할 조짐을 보이자 세계 주요 국가들은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샤빈(夏斌)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즉각 “연준 조치가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비판했다.
브라질 역시 자국 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남아시아도 우려를 나타냈다. 태국 재무장관은 이날 이웃 국가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 뒤 투기자금의 아시아 유입을 막기 위한 공동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중앙은행(ECB)은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기준금리를 현행 1%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영국중앙은행(BOE)도 이날 기준금리를 0.5% 유지하는 한편 유동성 공급 확대와 같은 추가적인 양적 완화 정책을 펴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연준의 양적 완화 조치가 미국과 신흥국과의 환율 전쟁은 물론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심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11일 열리는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역할과 한국의 중재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는 더욱 커지게 됐다. 특히 미국의 이번 조치는 앞서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신흥국들이 G20 회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준 발표 직후 뉴욕증시는 상승세를 나타내는 등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4일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도 198.80엔(2.17%) 뛴 9358.78엔에 마감했다.
하지만 미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부 전문가는 양적 완화 정책이 미국 경제 회복에 실질 도움이 안 되며 향후 인플레를 유발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리치우토 미즈호증권 수석분석가는 “5∼6년 만기 국채를 집중 매입하겠다고 명시한 것은 이번 조치가 국채시장에 미칠 영향력에 연준이 아무 관심이 없다는 뜻”이라며 “이미 일부 사재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그러나 “양적 완화 조치가 원치 않는 인플레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안석호 기자,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더 낮출 수 없을 때 채권을 직접 매입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실질금리 인하를 유도해 경기를 부양하는 수단이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때 1조7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 및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는 제1차 양적 완화 조치를 취했다가 올 3월 중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