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쟁점 해결을 위한 ‘추가 협의’가 양국 정상이 시한으로 정한 11일 한미 정상회담 때까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쇠고기’라는 복병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양국은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끝나면 다시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쟁점 타결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한미 FTA 발효 시점도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협상 발목 잡은 쇠고기 문제
지난 8일 시작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통상장관 협의에서 양측이 일찌감치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지면서 쟁점에 대한 조기 타결 기대감이 컸다. 전체적인 윤곽은 미국이 자동차 부문에서 우리나라의 양보를 얻어내는 대신 우리나라는 미국의 쇠고기 시장 개방 확대 요구를 막아내는 형태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미 FTA는 양국 이익의 균형을 훌륭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해 왔던 우리 정부가 이번 추가 협의에서 자동차 부문에서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가 된 것은 쇠고기 문제가 가진 강한 휘발성 때문이다.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 여파로 ‘촛불 시위’를 경험했던 우리 정부는 ‘쇠고기는 검역 문제로, FTA 협상과는 별개인 만큼 이번 협상에서 의제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순항하는 듯했던 통상장관 협의는 미국 측이 쇠고기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으려 하면서 삐걱대기 시작했다.
우리 측은 “쇠고기 문제를 의제로 삼는다면 더 이상 협의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서 한때 협상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미 FTA 발효는 다시 안갯속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1일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FTA 추가 협의가 세부적인 사항을 해결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며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양국 협상단은 G20 정상회의가 끝나면 다시 협상을 벌이기로 해 타결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현재로서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측이 다시 협상을 벌이더라도 전체적인 흐름은 ‘자동차 일부 양보, 쇠고기 논의 배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 측이 쇠고기 문제를 깨끗하게 포기해야 협상에 진전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 상원에서 한미 FTA를 심의하는 재무위원회의 막스 보커스 위원장이 미국 내 쇠고기 산지인 몬타나주 출신이기 때문에 미국 측이 이 문제를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설령 양국이 향후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는다고 해도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 추가 협의에 대해 야당들이 ‘이익의 균형이 훼손된 퍼주기 협상’이라며 반대하는 기류가 강해졌다는 것이 변수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이 최근 속도를 내며 내년 7월1일로 예정된 한·유럽연합(EU) FTA 발효 시점에 맞추려 했던 한미 FTA의 발효 시점도 다시 불투명하게 됐다.
우상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