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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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탈북자 2만명 시대] 노동시장서 경쟁력 뒤떨어져…맞춤식 직업훈련 프로 절실

정부는 탈북자들의 ‘안착’에 초점을 맞춰 꾸준히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지만 탈북자들의 인구학적 특성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4명 중 3명에 달하는 탈북 여성을 위한 맞춤식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15일 통일부에 따르면 탈북자는 하나원 퇴소 후 정착금으로 600만원의 기본금을 받는다. 이후 직업훈련과 자격증 취득 등 성과에 따라 최대 2440만원의 장려금이 주어지고 보증금 1300만원 상당의 임대아파트가 제공된다. 또 1인가구 기준으로 월 42만원의 생계급여가 지급되고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로 지정된다. 이 같은 혜택은 5년 거주지보호 기간에 계속 주어지며 그 이후에는 일반 사회보장제도에 편입된다.

2007년 4월부터 시행된 현 제도는 탈북자들의 국내 정착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만 제공하고 인센티브 성격의 장려금을 확대한 게 특징이다. 정착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목돈을 브로커에게 빼앗기거나 섣부른 투자로 탕진하는 등 부작용을 막고 자활·자립을 유도하기 위한 대대적 수정이었다.

이 제도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이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서강대 김영수 교수(정치외교학)는 “북한이나 탈북 후 제3국에서 경력을 남한에서도 발전시킬 수 있는 경우라면 몰라도 변변한 직업 경험조차 없는 이들에겐 오히려 더 큰 부담과 심리적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제도 전환시 직업능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교육체계와 프로그램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사회주의 방식에 젖어 국가에 의지하려는 탈북자들 스스로 자립·자활 의지를 키워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지난해 7월 입국한 강모(40·여)씨는 “정신상태 문제다. 북한과 중국을 거치며 죽는 것보다 못한 생활도 하지 않았느냐”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원을 아예 끊어버려야 자립심이 생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의 모 예술단에서 17년간 성악가로 활동한 강씨는 “한 방송국 권유로 남한에서 앨범 준비도 했지만 언어 문제 등 장벽이 높았다”며 “지금은 봉제공장을 다니며 북한에 남겨둔 딸을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