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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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北 연평도 포격 '도발'] 충격에 휩싸인 대한민국

시민들 TV 주변 모여 상황주시“당장 예비군 소집할지도…” 걱정
일부 네티즌 혼란 부추켜 눈살…정부에 신중·단호한 대처 당부
북한이 23일 오후 연평도 육상에 해안포를 발사했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충격과 불안에 휩싸였다. 특히 민간인이 사는 마을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퍼부었다는 사실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소식이 전해진 직후 서울역 2층 대합실에서는 TV 주변에 200여명이 모여 뉴스 속보를 지켜봤고,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전쟁 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직장인들도 사무실에서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등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네티즌들은 트위터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기사와 사진을 공유하며 피해상황을 확인했다.

서울 강남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정모(32)씨는 “방송을 보니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북한의 도발 가운데 최고 수준인 것 같다”며 “같은 부서 남자 직원들은 당장 내일 아침이라도 예비군 훈련에 소집되는 것 아닌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모(29·여)씨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하고 이번에 포탄까지 쏘는 게 북한이 늘 해 온 정치적 쇼의 하나란 건 알지만, 민간인의 희생까지 불사한다는 게 황당하다”며 “이러다 정말 전쟁이 날까 봐 무섭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북한의 해안포 도발 소식을 초조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남제현 기자
직장인 김모(30·여)씨도 “북한 포탄이 민간인이 사는 곳에 떨어졌다는 뉴스는 정말 충격적”이라며 “전시 상황 같은 느낌이 들어 일에 집중할 수도 없고 무섭다”고 불안해했다.

트위터와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는 사고 발생 직후부터 관련 글이 폭주하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어떻게 사람이 사는 섬에 무차별 공격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오늘 오전 우리나라의 호국훈련에 대한 북한의 항의가 있었다는데, 오해해서 촉발된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경위에 대한 궁금증을 나타냈다.

일각에선 지나친 불안감에 대한 경계와 침착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아직 정확한 경위와 피해상황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무분별한 퍼나르기는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며 “확인된 사실만 전달해야 한다”고 전했다. 회사원 윤모(35)씨는 “북한이 어떤 이유에서 해안포를 쐈든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며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한국과 미국 모두 침착하게 반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정부 당국의 신중하고도 단호한 대처를 당부했다. 참여연대의 이태호 협동사무처장은 “북한이 NLL(북방한계선)을 인정하지 않는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쟁점이 남아 있다”며 “최근 남북한 군사적 긴장이 강화돼 왔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신중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정책실장은 “북한이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북한의 도발 기류 등을 왜 감지하지 못했는지를 밝히는 동시에 이번 기회에 재발 방지 대책도 확실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희·이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