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논란 속 '롯데마트 5천원 치킨' 먹어보니…

11일 오전 9시 동대문구 전농동 롯데마트 청량리점.

개점 시간에 맞춰 어린 아들과 함께 프라이드 치킨을 사러온 주부 이미영(가명) 씨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5천 원짜리 치킨'을 사러 왔다가 빈손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점원은 "오늘치 300마리 주문 예약이 벌써 끝났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 씨는 "아이가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해 어제 아침 11시에 왔더니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며 "오늘은 어제보다 더 일찍 왔지만, 벌써 다 팔렸다니 허탈하다"고 했다.

롯데마트가 지난 9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5천 원짜리 프라이드 치킨인 '통큰 치킨'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청량리 점포의 경우 판매 개시 사흘째인 11일에는 오전 7시30분부터 치킨을 사려는 사람들이 입구에 장사진을 치고 번호표를 받아갔다.

이날 낮 12시30분께 치킨 매장 앞에는 90번대 번호표를 손에 든 손님들이 예닐곱 명 모여 있었다.

유리창 안쪽에서는 점원들이 부지런히 닭을 튀기고 있었고 주변 진열대에는 따로 판매하는 치킨 소스와 콜라 등이 진열돼 있었다.

치킨 값을 포함해 코카콜라 1.8ℓ짜리와 바비큐 소스, 그리고 치킨 무를 하나씩 사면 총 7천640원이 된다.

이날은 매장에 가져다 놓은 치킨 무 300개가 일찌감치 떨어져 무 없이 치킨만 사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자가 한참을 기다렸다가 받아든 치킨 바구니는 예상보다 더 큼직했고 내용물도 바구니 한 통을 거의 다 채워 보기만 해도 포만감을 느끼게 했다.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은 35분.

식탁에서 치킨을 한 입 먹어보니 시간이 조금 흘렀기 때문인지 살짝 눅눅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육질은 쫄깃하고 풍성했으며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간이 맞아 먹기에 적당했다.

롯데마트 치킨과 비교해 보려고 대형 프랜차이즈업체 한 곳에도 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주문했다.

전화로 주문한 지 20여 분 뒤 배달원이 도착했다.

가격은 1만6천원.

비닐봉지를 풀어보니 종이 상자에 든 치킨의 양은 롯데마트 치킨 양과 큰 차이는 없었고 콜라 245㎖짜리 한 캔, 치킨 무 하나, 소스 두 봉지가 함께 들어 있었다.

맨손으로 살을 찢기에 뜨거울 정도였고 튀김옷은 얇고 바삭했으며 육질도 부드러웠다.

더 비싼 값에 따끈따끈한 치킨을 집에서 편하게 받아먹느냐, 아니면 부담 없는 가격에 질(質)도 괜찮은 치킨을 직접 사다 먹느냐의 문제가 소비자의 선택으로 남는 듯 했다.

오전 8시께 번호표를 받아서 집에 돌아갔다가 다시 치킨을 받으러 오후에 롯데마트를 다시 찾았다는 한 주부의 말이 떠올랐다.

"5천 원짜리 치킨 때문에 동네 치킨점을 운영하는 분들의 형편이 어려워지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죠. 그런데 대다수 소비자는 훨씬 싼 것을 자연스럽게 먹게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