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과 글이 오염되고 훼손되고 있다. 국민 절반이 욕설이나 비속어를 쓰고 있을 정도다. 특히 습관적인 욕설이나 비속어 사용이 크게 늘고 있다. 반면에 국어의 특징으로 꼽히는 경어(높임말)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점차 흐려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국립국어원이 국어 정책 입안과 언어 연구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한 달간 전국 성인 남녀 5000명을 면접조사한 ‘201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2005년 첫 조사에 이어 두 번째 조사라서 국어에 대한 의식 변화를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9일 보고서에 따르면 국어에 관심이 있다고 한 응답자 비율은 2005년 60.9%에서 2010년 45.5%로 뚝 떨어졌다. 일상생활에서 욕설과 비속어를 쓰는 사례는 2005년 50·5%, 2010년 49.0%로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반면에 욕설과 비속어를 ‘상습적으로’ 쓴다는 응답자 비율은 1.2%에서 5년 새 13.5%로 껑충 뛰었다.
‘경어는 반드시 유지·존속해야 한다’고 보는지를 묻는 항목에 ‘그렇다’고 한 국민은 같은 기간 87.5%에서 78.1%로 감소했다. 이와 반대로 ‘경어는 상하관계를 강요하는 불평등 요소가 많으므로 점차 없어져야 한다’는 항목에 긍정적으로 답한 국민은 11.4%에서 25.0%로 크게 늘었다. ‘경어로 상대방을 존경하는 느낌을 나타낼 수 있다’는 항목에 공감한다는 답변 비율은 5년 새 83.9%에서 69.3%로 하락했다.
일본식 용어에 대해 ‘익숙하니까 우리말로 흡수해 써야 한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한 국민도 2005년 5.4%에서 2010년 16.1%로 늘어났다.
국민들은 방언(사투리) 사용에 대해 5년 전보다 훨씬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지방 출신자가 해당 방언을 써도 괜찮다’는 항목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이 2005년 26.3%에서 2010년 62.0%로 급증했다. ‘때와 장소에 따라 표준어, 방언을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같은 기간 47.8%에서 27.5%로 감소했다.
권재일 국립국어원장은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데 최근 그 속도가 더욱 빠르다”면서 “이번 조사결과를 정확히 분석해서 언어 정책 수립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단독] 국민 4명중 1명 “경어 없어져야”
기사입력 2011-02-10 02:09:18
기사수정 2011-02-10 02:09:18
기사수정 2011-02-10 02:09:18
2010 언어의식 조사
“욕설·비속어 상습 사용” 5년전보다 11배 늘어
“욕설·비속어 상습 사용” 5년전보다 11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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