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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강남만 ‘반값 분양’… 내집마련 기다리던 서민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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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 분양가 시세 80%로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원칙 없이 흔들리다 보니 청약 대기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당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주체로 명시된 순수 공공사업이었다. 특히 싸고 질 좋은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도시의 허파’인 그린벨트를 풀어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정부는 민간 건설사 참여를 원칙적으로 배제했다. 하지만 은근슬쩍 이런 규제를 풀어 민간 건설사 진출을 허용했다. 특혜 논란이 일자 민간이 보금자리주택지구에 짓는 아파트는 중대형으로 한정한다고 못을 박더니 잠잠해지자 중소형 공급도 허용한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최근엔 아예 민간 건설사를 보금자리주택 사업주체로 명시하는 법 개정까지 추진 중이다. 보금자리주택은 무주택 서민들에게 내집 마련의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지만 이처럼 정책이 갈팡질팡하면서 명분이 퇴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이 5일 대표발의한 ‘보금자리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 역시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만 올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명분 없는 법 개정이라는 평가다. 개정안은 시세의 반값 이하로 공급되는 ‘로또 아파트’ 발생을 막겠다는 게 핵심으로, 서울 강남권에서 공급된 보금자리주택이 주변 시세의 절반 이하에 공급돼 극소수 당첨자에게 과도한 혜택이 돌아가고 보금자리주택 대기 수요를 양산해 주택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실제 올해 초 본청약을 접수한 서울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지구 아파트는 3.3㎡당 주변 시세(2000만∼2500만원)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924만∼1056만원에 공급돼 ‘로또 아파트’로 불리며 과열을 빚었다.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수시로 변경돼 청약대기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2009년 10월 서울 강서구 88체육관에서 보금자리주택 청약자들이 신청서를 작성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제는 이번 법 개정으로 보금자리주택 분양가의 전반적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되는 곳은 용지 가격을 올려 분양가를 높인다는 게 정부 방침인 만큼,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아직 사전예약을 받지 않은 3차 지구 일부와 4차 보금자리주택지구 분양가는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보금자리주택을 통해 싼 가격에 내집을 마련하려던 예비청약자들의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입지 여건이 좋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보금자리주택 분양가 수준이 현재도 주변 시세에 비해 그다지 싼 편이 아닌 상황인데 여기서 분양가를 더 올린다면 청약자들의 저항이 예상된다”며 “보금자리주택의 최대 강점인 가격 메리트가 없다면 청약자들의 관심은 일반 아파트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본청약을 마무리한 강남이나 서초지구는 이번에 법이 바뀌더라도 분양가 인상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법이 바뀌더라도 소급적용이 되지 않기에 결국 강남이나 서초지구 청약자는 현재대로 반값 아파트 분양을 받을 수 있게 돼 향후 보금자리주택 청약자들에 비해 상대적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예비청약자들은 이날 개정안 소식이 알려진 이후 보금자리주택 관련 동호회사이트 등에서 “이번 법 개정안을 통해 결국 수도권 보금자리 주택 분양가만 올라가게 생겼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광명지역 보금자리 청약을 기다린다는 한 가입자는 “시세차익이 수억원에 달하는 강남은 그대로 놔두고 분양을 앞둔 나머지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가격만 올리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도대체 정부가 만들어낸 정책이 이렇게 자주 바뀐다면 뭘 믿고 판단을 하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 문제는 정부가 최근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공급에만 적용 중인 보금자리주택 청약 소득기준을 3자녀 이상, 노부모 부양 가구 등 다른 특별공급은 물론 일반공급에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과 맞물리면서 정책 혼선을 질타하는 의견이 많았다.

민간 건설사들에 그린벨트를 훼손해가면서까지 보금자리주택을 짓도록 한 것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녹지 없이 통째로 이어지는 도시연담화를 우려하면서도 정부가 그린벨트를 푼 것은 보금자리 공공주택 확대를 위해서였다”며 “미래 세대가 활용할 그린벨트를 파헤쳐 민간에 주는 것은 명분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준모 기자 jmkim@segye.com
오락가락하는 보금자리주택 정책
  분양가
강남 등 일부 지역 그린벨트 해제로 ‘반값 보금자리주택’ 가능→ 과도한 시세차익 막기 위해 시세의 80∼85% 수준에서 공급되도록 공급용지가격 조정
  주택 규모
민영이 짓는 보금자리주택 규모 85㎡ 이상 중대형으로 한정
→ 지난해 8·29 부동산대책에 따라 중소형 공급 허용
  공급 시기
2012년까지 32만가구 조기공급 → LH 자금난으로 하남 미사 등 곳곳에서 보상·착공 차질
  사업자
민간 건설사 참여할 수 없음 → ‘민간 보금자리주택’ 도입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