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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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봉책으론 안된다”… 사태수습 진통 극심

11일부터 이틀간 휴강… 교수·학생 한자리서 대책논의
12일 총장과 2차 간담회… 내주 국회 자살대책 보고도
대전 카이스트(KAIST) 학생들의 잇단 자살 사태가 학교 측의 수습행보에도 총학생회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등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남표 총장은 18일 임시국회에 출석해 학생들의 자살에 따른 대책을 포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학생들 “근본 대책 마련하라”

8일 오후 서 총장이 학생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한 카이스트는 11일과 12일 강의를 중단하고 일제히 휴업하기로 했다. 축제기간에도 부분수업하던 관행에 비추어 이례적인 조치다. 11일 학과별로 교수와 학생들이 자유롭게 수습책을 논의한 뒤 12일 서 총장과 2차 간담회를 열어 추가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휴학생 전원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사태로 동요하지 말 것도 당부했다. 학교 측은 특히 우울증을 앓는 학생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생은 차별적 수업료징수제 폐지, 100% 영어강의 완화 등 학교 측의 개선안이 핵심을 비켜갔다며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과 학생 커뮤니티 ‘아라’ 등에는 휴일인 10일에도 현행 학사제도는 물론 창의성과 자율성이 실종된 학교문화를 비판하는 글이 쇄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4학년)은 “가혹한 학사 제도를 수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학생 사회가 정말 원하는 것은 우리와 학교 간의 진정한 ‘소통’”이라고 지적했다.

총학생회는 수업료징수제 폐지 등 학교 측의 학사 개선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촉구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이날 간부회의를 열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성명서 발표를 연기했다.

서 총장 퇴진론 확산되나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단 자살이 사회문제로 불거지자 정치권에서도 사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따르면 서 총장은 18일 오후 임시국회 교과위에 출석해 카이스트 업무와 현안을 보고하고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한다. 이번 업무보고에서는 학생들의 잇단 자살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 총장의 개혁정책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그의 입지도 자연스레 흔들리고 있다.

지난 7일부터 한 포털사이트에서 서 총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10일까지 8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여했다.

서 총장 스스로는 아직 입장 표명이 없지만 사퇴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15일 긴급 임시이사회에서 거취 문제가 전격적으로 다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강남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릴 이사회에서는 ▲‘징벌적 등록금제’ 폐지 ▲전면 영어수업 개선방안 ▲학생 정신상담을 위한 상담원 증원 등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 사태 이후 학교 측이 내놓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며, 아직 서 총장의 거취 문제는 안건에 올라 있지 않다.

카이스트의 한 보직교수는 “카이스트의 경쟁상대는 국내 대학이 아닌 세계의 명문대학들이며, 서 총장의 개혁은 이들을 따라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개선안을 마련 중인 만큼 눈을 세계로 돌려 냉정하고 지혜롭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사태 수습이 자칫 개혁의 퇴조로 이어질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대전=임정재, 이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