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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라덴 은신처 어떻게 알아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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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연락책' 관타나모서 첩보 입수… 본명 파악 수년 걸려
'치명적인 실수' 은신처 앞까지 전화하며 이동… 위치추적 잡혀
'위성전화 한몫' 경호원이 사용… 알 카에다 조직과 통화 확인
미국 정보당국이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한 ‘연락책’은 쿠웨이트 출신의 ‘셰이크 아부 아메드’라고 미 관리들이 3일 밝혔다. 미 정보요원들은 오랫동안 그를 본명이 아닌 ‘아부 아메드 알 쿠웨이티’라는 가명으로 알았으며 그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만 수년이 걸렸다.

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빈 라덴은 위치추적을 당할 수 있는 전화나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믿을 만한 연락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래서 미 정보당국은 일찍부터 빈 라덴 주변 인물들을 추적했다.

9·11 테러 직후 쿠바 관타나모 수감자들은 수사관들에게 아부 아메드 알 쿠웨이티라는 가명을 쓰는 연락책이 빈 라덴의 심복 역할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CIA는 알 카에다 3인자인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를 붙잡았는데 그는 알 쿠웨이티를 안다면서도 알 카에다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4년 알카에다의 고위급 요원인 핫산 굴이 이라크에서 잡혔고, 굴은 알 쿠웨이티가 연락책으로 이 테러조직에서 중요 인물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굴은 특히 이 연락책이 알카에다 작전 사령관 모하메드의 후임자가 된 파라즈 알 리비와 가깝다는 언질을 줬다. 이는 빈 라덴의 개인 연락책을 추적하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됐다. 미 관리는 “핫산 굴이 구심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2005년 5월 알 리비가 생포됐으나 CIA 심문 과정에서 그는 모하메드를 대신하는 자리로 승진한다는 전갈을 연락책으로부터 받았다는 점까지만 시인한 채, 그 연락책의 이름을 지어내 말하고 알 쿠웨이티를 안다는 것을 부인했다. 하지만 CIA는 그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모하메드가 문제의 연락책을 일부러 보호하고 있다는 확신을 굳히게 된다.

미 정보당국의 주시대상이었던 알 쿠웨이티(본명 아메드)는 지난해 8월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 앞까지 전화를 하며 이동, 위치 추적을 허용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꼬리가 잡혔다. 그는 지난 2일 은신처를 덮친 미 특수부대와 교전을 벌이다 빈 라덴과 함께 사살됐다.

빈 라덴의 은신처를 확인하는 데는 위성전화도 한몫했다. 빈 라덴은 외부와 연결된 전화나 인터넷을 설치하지 않았지만, 이 집에는 빈 라덴의 경호원이 사용하는 위성전화가 한 대 있었다. 미 정보당국은 지난해 7∼8월에 이 전화를 추적했고, 파키스탄 내 코핫이나 차르사다 지방의 알카에다 조직으로 전화를 걸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2월 미국은 이곳에 빈 라덴이 숨어 있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고,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