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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도취한 오바마, 큰코다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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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9·11테러 무역센터 방문…알카에다 보복 땐 ‘득보다 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데 성공해 지지율이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미국과 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내는 승리의 축하 인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이 같은 상승 분위기를 한껏 고조하려는 충동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 알카에다의 공격으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그라운드 제로 현장을 방문한다. 미국 언론은 이를 오바마 대통령의 ‘빅토리 랩’이라고 부르고 있다. 육상 선수가 우승한 뒤 자국 국기를 흔들며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게 빅토리 랩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빈 라덴 사살 성과를 지나치게 자랑하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듯한 자축 분위기를 조성했다가 알카에다 등의 보복 테러가 발생하면 그가 헤어날 수 없는 궁지에 몰릴 수 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빅토리 랩을 서두르다가 패가망신한 선례가 많다고 미국의 시사전문 내셔널 저널이 3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전임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을 축출한 뒤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서 ‘임무 완수’를 내외에 선언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어 2004년 당시 이라크전을 지휘한 토미 프랭크스 사령관,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 (CIA) 국장, 폴 브레머 이라크 행정관 등 3명에게 최고 훈장인 ‘대통령 자유메달’을 증정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그 이후 이라크 사태의 깊은 수렁에 빠져 퇴임할 때까지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이라크를 파죽지세로 점령했으나 이후 후세인 추종 세력의 산발적인 공격으로 미군의 시체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부시 전 대통령과는 정반대로 그의 부친인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은 빅토리 랩을 극구 사양했다. 그가 재임 중인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미국이 이끄는 서방 세계가 냉전의 승자로 등극했다. 그렇지만 부시는 참모들의 간곡한 권유에도 “나는 베를린 장벽 위에서 춤을 추지 않겠다”며 역사적인 베를린 현장 방문을 거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직까지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라운드 제로는 미국에서 ‘자유의 성지’로 여겨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곳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국내에서도 거센 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