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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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號 출범 첫날부터 ‘계파’ 충돌

입력 : 2011-07-06 01:11:38
수정 : 2011-07-06 01: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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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 ‘계파 해체’ 선언에 일부 반발

 

‘봉숭아학당 시즌 2’가 시작된 것일까. 7·4 전당대회로 선출된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출범 첫날부터 예사롭지 않은 파열음을 냈다.

새 지도부는 5일 오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으로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그런데 시작부터 간단치 않은 의견 충돌을 보였다. 대뜸 홍준표 대표가 “앞으로 계파활동을 하면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안 줄 것”이라며 “오늘 최고위원회의에서 계파 해체 결의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여기에 나경원 최고위원은 한술 더 떠 “친이(친이명박)계 오더(지시)가 덜 먹히고 친박(친박근혜)계가 결집했다”며 친박계를 이번 전대 계파 대결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했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발끈했다. 참배 후 기자들에게 “친이, 친박한다고 공천에 불이익을 준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그러면 나부터 공천이 안 돼야 한다”고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갈등은 이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계파 해체를 위해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하자”는 의견을 모으는 선에서 봉합됐다. 탕평인사를 하고 계파 칸막이를 뛰어넘은 정책 모임 등을 활성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또 홍 대표는 유 최고위원을 별도로 만나 ‘구주류의 재결집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계파 해체 선언의 진의를 설명해 오해를 풀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홍 대표가 독불장군답게 임기 첫날부터 공천을 좌지우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반발하는 기류가 감지됐다.

현충원 찾은 새 지도부 한나라당 홍준표 신임 당대표(앞줄 가운데)를 비롯한 새 지도부가 당 소속 의원 및 당직자 등과 함께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하기 위해 현충탑으로 걸어가고 있다.
송원영 기자
계파 해체 선언 문제는 일단 잠복했지만 언제든지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게다가 개성 강한 이들로 구성된 새 지도부의 앞길은 난제가 쌓여 있는 상태다.

내년 총선 공천 문제만 해도 홍 대표와 유 최고위원은 전략 공천, 인재 영입 등을 통해 ‘이기는 공천’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의원이 선호하는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는 다른 최고위원과 마찰을 빚을 수 있는 대목이다.

최대 현안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문제에 대해 당론을 정하는 것도 발등의 불이다. ‘무상급식 반대 대 단계적 도입’, ‘주민투표 찬성 대 반대’로 지도부가 양분돼 있다.

소득세·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 대학 등록금 인하 문제에 대한 의견도 갈린다. ‘보수 대 중도’의 가치 논쟁선상에 놓인 터라, 새 지도부가 일치된 입장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다.

이 때문에 최고위원 간 이견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첫 최고위원회의의 주요 의제였다. 나경원, 남경필 최고위원 등은 “당 노선과 정책 노선에 관련된 이견을 지도부가 어떤 속도와 방향으로 당이 나아갈지 토론을 통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최고위원 의견을 전부 취합해 당을 잘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