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합의한 ‘전략동맹’은 오바마 행정부에서 한·미 FTA를 통해 경제동맹까지 포괄하는 수준으로 확장됐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양국 경제 시장뿐 아니라 동북아 정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한·중 FTA, 한·일 FTA뿐 아니라 일본과 미국 등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논의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수 서강대 부총장(정치외교학)은 이날 “한·미 FTA 시대로 기존의 동북아 질서에서 지분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중국과 일본이 경쟁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중국, 일본이 FTA 논의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도 “한·미 FTA로 인한 한·미 경제동맹 시대가 동북아의 정치·경제적 지형에 충격파를 줬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한·중 FTA, TPP 등 경제협력체제가 좀 더 가시화할 수 있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얽히고설킨 FTA 체제가 동북아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긍정 평가했다. 안보관계와 달리 경제관계는 폐쇄적으로 나갈수록 국익에 손해이기에 ‘개방 지향성’을 띨 수밖에 없다는 지적(김영수 부총장)이다. 김 교수는 “동북아 경제공동체로 가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FTA를 고리로 동북아 경제질서가 새롭게 재편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중 관계에 미칠 영향은?
한·미 동맹 강화는 상대적으로 한·중 관계의 약화로 해석되는 측면이 있다. 양국 간 포괄적인 글로벌 전략동맹에 태평양을 넘어 세계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한국에는 ‘안보의 제1축’이고 미국에는 ‘태평양 지역 안보를 위한 초석’”이라며 평화와 번영을 위한 ‘태평양 파트너십’을 더욱 다지기로 했다. 태평양에서 힘을 키우는 중국 입장에서는 ‘유쾌하지 않은 성명’일 것이다.
김 교수는 ‘태평양 파트너십’이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태평양지역협력주의와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지역주의 간 충돌을 가져올 수 있다고 점쳤다. 김 교수는 “중국은 그동안 아세안+3(한·중·일) 체제를 통해 동아시아지역주의의 맹주가 되고 싶어했다”면서 “한국이 미국과 경제동맹을 맺었다는 것은 지역협력의 틀을 아·태지역으로 확대시킨 것으로 지역주의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심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동맹 강화가 한·중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진영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미 경제동맹이 중국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중 의존도가 큰 만큼 경제적 파급력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개적으로 발표되진 않았지만 양국 간 군사적 협력 수준도 중국을 비롯해 동북아 정세에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윤 교수는 “김관진 국방장관이 이례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에 참석한 만큼 북핵 억지력 등에 대한 논의는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 협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정부에서는 부인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은 북한은 물론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논의 여부가 주목된다.
김보은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