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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情 상실' 중국에 국내외 분노 극심…2살 여아 죽든 말든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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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뺑소니에 치인 두 살배기 여아를 보고도 10여명의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제사회는 강대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국에서 인정(人情)이 실종된 것은 아닌지 분노하고 있다.

위에위에라는 이름의 이 두 살배기 여아는 지난 13일(현지시간) 광둥성(廣東省) 포산(佛山)의 광포 시장에서 뺑소니를 당했다. 부모의 시야를 벗어나 시장거리를 배회하던 이 여아는 밴에 치인 뒤 쓰러졌지만 아무도 이 어린 생명을 도와주지 않았다.

무려 18명의 시민들이 지나쳤다. 그 사이에 땅바닥에 쓰러져 가쁜 숨을 내쉬던 이 여아의 몸 위로 트럭이 1대 지나갔다. 한 번 더 짓밟힌 것이다. 한참 뒤에야 한 중년 여성이 아이를 인근 가게로 데려가 눕힌 뒤 경찰에 신고했다.

온라인상에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비난 여론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죽어가는 어린 생명을 보고도 무심히 지나치는 시민들이었다.

중국에서 이 같은 사례를 마주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주 저장성(浙江省) 시후호(西湖)에서도 자살을 시도한 중국인 여성을 미국인 관광객이 구조한 사례가 있었다. 전 세계 네티즌들은 의문을 품었다. 현장에 있던 중국인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냐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중국 사회에 팽배한 '잘못된' 책임 전가 태도를 문제 삼는다. 중국인들은 예를 들어 신원 미상의 사람이 어떤 이유에서든 신체적 피해를 입게 됐을 때 지나가던 행인이 경찰 등에 도움을 요청할 경우 '찔리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장쑤성(江蘇省)에서 버스 운전기사 옌홍빙이 뺑소니를 당한 노인을 도와주다 용의자로 몰려 고소를 당했다. 다행히 현장에 있던 CCTV를 통해 혐의는 벗었지만 도움을 주려다 오히려 고소를 당한 그로서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후호 사례와 관련해 한 중국인 네티즌이 올린 글만 봐도 이 지역의 사회 의식이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네티즌은 "당시 미국인 관광객은 중국에서 인명을 구한 사람이 종종 고소되거나 용의자로 몰린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다음부터는 이 사실을 염두하고 신중하게 행동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여아의 사례는 현지에서도 사회의 '도덕성 붕괴'를 꼬집는 시발점이 됐다.

중국 환구시보는 19일 "중국 사회의 도덕 뼈대가 금이 가고 있다"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든 이들이 궁금해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과 전문가들은 1960년대 중국 문화혁명기에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지 않는 구조 형성을 이유로 들며 정부 당국을 비난하고 있다.

런민대학교 저우샤오정 사회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정부 관계자들의 부정부패"라며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흐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이공대학의 후싱더우 경제학과 교수는 무신론자가 대다수인 중국에 종교 윤리가 부재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현대의 중국인들은 믿음이 없다"며 "물론 토착종교인 도교와 불교 등이 있긴 하지만 중국은 실제로 무신론자 국가다. 중국은 신의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자본이 집중된 경제적 성장을 거뒀다"며 "하지만 법과 도덕 구조는 돈벌이에 희생됐다"고 날을 세웠다.

현재 이 여아를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 2명은 체포된 상태다. 처음 이 어린 생명을 치고 달아난 밴 운전자는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며 "경제적 부담 때문에 도망쳤다"고 말했다.

"여아가 숨졌을 경우 170만~340만원만 지불하면 되지만 만약 살아 있을 때는 배 이상의 의료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한 중국 네티즌은 "사망에 대한 보상금이 의료 비용보다 높았을 경우 이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이것이 중국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네티즌들은 "중국인의 수치", "정말 우리 사회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이것을 보고 내 가슴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등 분노를 쏟아냈다.

현재 이 여아는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나 뇌사 판정을 받아 언제 세상을 떠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