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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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전 CJD 감염된 獨 뇌경막 이식수술 받고 감염"

지난해 사망 50대 여성 발병 경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50대가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iCJD)’에 걸려 숨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 질환의 감염경로 등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변종 CJD) 속칭 ‘인간 광우병’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iCJD 환자에 대한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어 추가 환자 발생 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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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JD 감염경로·발병 원인은

iCJD 질환으로 숨진 환자는 54세의 여성으로 1987년 뇌암의 일종인 뇌막수종 치료 중 독일산 뇌경막(제품명·Lyodura·라이오듀라)을 이식받았다. 뇌경막 이식 수술 후 23년이 흐른 지난해 6월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sCJD) 증세를 보이다가 5개월 만인 11월 숨졌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에 대한 부검을 통해 뇌 조직검사를 하고 병력 추적을 통해 iCJD 환자로 추정했고, 지난 9월 동물실험과 전문가 자문회의를 통해 iCJD 환자로 최종 확정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환자에게 이식된 독일제 뇌경막이 산발성 CJD에 감염된 환자의 사체에서 적출된 뇌경막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iCJD 질환은 일상생활에서 감염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이 환자는 감염된 조직 이식 등 의학적 치료과정에서 iCJD가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iCJD로 확인된 환자가 뇌경막을 이식받을 당시에는 해당 제품에 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그러나 문제가 된 독일제 뇌경막 제품은 1985년 5월 이후 프라이온 불활성화 처리를 해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 제품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얼마나 많은 환자가 문제의 뇌경막을 이식해 iCJD 위험에 노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iCJD는 지금까지 세계 20개국에서 400건이 보고됐다. 이 가운데 200건 정도가 뇌경막 이식후 발병했으며 138건은 일본에서 라이오듀라 뇌경막 이식후 발생했다.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계동 보건복지부 브리핑룸에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의인성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iCJD)’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간 광우병’과는 무관


보건당국은 이번에 확인된 iCJD는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 CJD와는 무관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제가 된 독일 비 브라운(B Braun)사의 라이오듀라는 인간 광우병을 불러오는 것으로 알려진 소의 뇌조직이 아니라 사람의 경막을 원료로 만든 제품이라는 것. 이 제품은 1987년 이후 제조 및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인간 광우병은 해면상뇌증(BSE)에 걸린 소의 특정위험물질(SRM)에 포함된 프라이온(단백질의 한종류)을 먹었을 때 발병, 이번 뇌 경막 이식으로 인한 의인성 CJD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특정위험물질은 소의 뇌, 내장, 척수 등 광우병을 일으키는 변형 프라이온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는 부위를 말한다.

또 1998년부터 소나 돼지의 유래조직 또는 합성고분자 물질 등을 이용해 만든 제품을 심사를 거쳐 안전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경막대용제’로 허가하고 있다고 식약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경막대용제 수입·통관 과정에서는 프라이온 감염으로 포유류의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는 병을 통칭하는 전염성해면상뇌증(TSE) 미감염 증명서를 의무적으로 받아 확인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제품은 독일 같은 회사의 ‘라이오플란트(Lyoplant)’로 안전성이 확인된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문준식 기자